정승원 기자 입력 : 2025.03.25 01:39 ㅣ 수정 : 2025.03.25 01:39
수십 년째 제자리인 단열대책에 급등하는 연료비로 고령자, 저소득층 사망자 증가
일본주택은 단열에 매우 취약하고, 그만큼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출처=일러스트야]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집안에서도 추위에 목숨을 위협받고 실제로 저체온증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일본에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저체온증은 심부체온이 35도 이하인 상태를 일컫는데 설산에 조난당하는 등의 극한상태가 아닌 일상생활 중에 오히려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일본 정부도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보통 날씨 영향으로 사람이 사망한다면 한여름의 열사병을 떠올리기 쉽지만 과거 10년간 일본에서 열사병으로 사망한 사람은 1만 971명인데 비해 저체온증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이보다 많은 1만 2124명에 달해 저체온증의 위험성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파트, 연립, 다세대 등 공동주택 비율이 높은 한국과 달리 단독주택, 그 중에서도 단열에 더욱 취약한 목조주택이 많은 일본 특성상 고령자와 저소득 세대들을 중심으로 겨울마다 추위와의 힘겨운 싸움이 반복되고 있다.
일본 인구동태통계에 의하면 2023년 한 해 동안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인원은 총 1354명으로 이 중 절반 가까운 601명이 자신의 집 안에서 사망하였다. 또한 일본구급의학회의 2021년 연구에서도 구급차로 이송된 저체온증 환자 1194명 중 약 70%가 자신의 집에서 쓰러졌고 80%가량이 65세 이상의 고령이었으며 사망률은 약 25%에 달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12월에서 3월 사이 평균 기온이 1도 하락할 때마다 저체온으로 인한 실내 사망률이 약 12%씩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고소득자가 많은 도심부보다는 저소득자들이 모여 사는 지역에서 저체온증으로 인한 사망률이 유의미하게 오르는 것이 확인되어 소득수준 역시 저체온증과 사망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처럼 일본 전역에서 추위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해마다 속출하는 배경에는 단열과 난방을 경시하는 일본만의 주택사정이 숨어있다. 국토교통성이 조사한 일본 주택의 거실 평균 온도는 약 17도였고 탈의실과 침실은 이보다 더 낮은 평균 13도를 기록했는데 한국인 입장에서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실내온도다.
지역별로 보면 한겨울에 거실 평균기온이 18도 이상인 지역은 전국 47개 도도부현 중 홋카이도, 니가타, 카나가와, 치바의 단 4곳뿐이었고 심지어 단열처리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주택 비중도 20% 이상일 정도로 일본 가정집들의 단열대책은 심각하다.
여기에 작년부터 세계적인 물가인상과 엔저가 겹치며 난방에 필수인 전기와 가스요금마저 급등한 상황이라 이번 겨울이 지나고 2024년 집계가 완료된다면 2023년 이상으로 저체온증 사망자 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