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공약 펫보험, 재가입 주기 축소에 위축되나…관련 제도 정비도 미흡

김태규 기자 입력 : 2025.04.09 08:27 ㅣ 수정 : 2025.04.09 08:27

금융당국, 펫보험 손해율 악화 우려에 재가입 주기 축소
손보사 노력에 계약건수 늘었으나 가입률 여전히 저조
진료수가제‧표준코드 등 제도 미비…보험료 비쌀 수밖에
"관련 제도 마련 더딘 가운데 상품 규제 이뤄져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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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프리픽]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윤석열 정부가 '펫보험 활성화'를 국정과제 중 하나로 내걸면서 성장세를 보여 온 펫보험 시장이 위축될 위기에 놓였다. 금융당국이 펫보험 상품의 재가입 주기를 단축시키면서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손보사에 펫보험 상품의 재가입 주기를 1년으로 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펫보험 관련 제도가 미비해 실손보험 사례와 마찬가지로 허위‧과잉청구에 따른 손해율 급등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펫보험은 최장 20년까지 보장되며 3년 또는 5년 단위로 재가입할 수 있다. 반려견과 반려묘의 평균수명은 통상 10~15년 가량으로 여겨지는데, 이를 감안하면 사실상 평생 보장받는 구조다.

 

하지만 당국의 지침으로 내달부터 판매되는 펫보험은 재가입 주기가 1년으로 축소된다. 치료비 보장 비율도 70% 이하로 가입자가 30% 이상을 부담하게 되며, 최소 자기부담금 3만원도 적용된다. 보장수준도 줄어드는 것이다.

 

손보업계는 그간 국정과제인 펫보험 활성화를 기대하며 시장 선점을 위한 상품 개발에 나서는 등 준비를 해왔다.

 

DB손해보험은 '반려인 입원 후 상급종합병원 통원 시 반려동물 위탁비용 보장', '반려동물 무게별 보장한도 차등화 급부방식'에 대해 각각 배타적사용권 6개월을 획득하며 상품을 차별화했다.

 

KB손해보험은 'KB금쪽같은 펫보험'에 탑재된 '반려동물 장례비용 지원금'에 대해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했다.

 

손보업계의 노력으로 실제 펫보험 신계약 건수도 증가해왔다. 지난해 펫보험 계약 건수는 16만2111건으로 2018년 7005건, 2019년 4199건, 2022년 7만1896건, 2023년 10만9088건으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가입률은 1%대에 머무르고 있어 저조한 수준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펫보험 가입률은 약 1.7% 수준에 불과하다. 펫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나오긴 했으나 여전히 가입률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펫보험 가입률이 저조한 이유로는 비싼 보험료와 좁은 보장범위가 지목된다. 이에 손보업계에서는 반려동물병원 진료수가제 도입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동물병원마다 진료비용이 상이해 보험금은 물론 손해율을 산정하기 어려워 보험료를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달 17일 '동물 진료의 권장 표준' 고시 개정안 시행을 행정예고하면서 동물 질병 및 진료행위에 대한 통계를 확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한 걸음 나아가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를 통해 보장 질병의 진료 빈도를 알 수 있고, 상품 개발 또는 보험료 산정이 수월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실제 통계 마련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손보업계의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동물병원마다 진료‧수술 비용이 천차만별이어서 손해율을 산정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면서 "동물병원 진료수가제가 도입이 된다면 손해율 산정이 가능해지는 만큼 보험료를 낮추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동물 진료 표준 코드가 마련되면 질병별 진료에 대한 통계를 마련할 수 있어 상품 개발은 물론 손해율 산정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실제 통계가 마련되려면 표준코드가 마련된 뒤 통계 수집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재가입 주기를 축소하면서 펫보험 활성화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장기보험 상품이 사라져 고객의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손보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손해율 안정화라는 측면에서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모르나 재가입 주기가 짧으면 의료 이용 빈도, 반려동물의 나이 등을 이유로 갱신 시 보험료가 상승하는 등 가입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국정과제로 펫보험 활성화가 선정되면서 진료수가제 도입 등 관련 제도가 빠르게 마련되길 기대했으나 진전이 더딘 상황에서 보험상품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관리가 이뤄지는 점은 아쉬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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