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제 기자 입력 : 2025.04.09 05:00 ㅣ 수정 : 2025.04.09 05:00
국내외 게임역사 아우르는 첫 전문 박물관 게임을 매개로 교육으로 이어지는 플랫폼 선보여 진로 탐색부터 창작 체험까지 만끽할 수 있어 눈길 40년전 게임기 설치해 관람객 게임 즐길 수 있도록 배려
넷마블게임박물관 입구 [사진 = 최현제 기자]
[뉴스투데이=최현제 기자] 국내 게임 역사와 이를 보여주는 수천점의 소장품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업계 최초 게임 전문 박물관이 등장했다.
서울 구로구 지타워 3층에 전시된 ‘넷마블게임박물관’ 얘기다.
넷마블게임박물관은 넷마블 게임을 소개하는 브랜드 전시관이 아니다. 이곳은 총 2100여 점의 소장품과 함께 한국 게임사(史) 50년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체험할 수 있는 국내 첫 '게임 전문 전시 공간'이기 때문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넷마블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넷마블게임박물관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게임은 그냥 흘러가는 유행이 아니라 기록되고 존중받아야 할 문화자산이라는 점이다.
넷마블게임박물관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이곳은 게임의 오랜 역사와 소장품을 한 곳에서 만끽할 수 있는 체험형 박물관"이라며 "국내외 게임 소장품을 감상하면서 게임 자료를 배울 수 있는 학습공간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보여주듯 박물관은 게임의 시작과 진화를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준다. 1970년대 아케이드 게임부터 2000년대 온라인게임을 비롯해 한국과 세계 게임 문화가 기술·산업·예술로 어떻게 진화해왔는지를 보여주는 각종 콘텐츠를 내놨다.
넷마블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기술 발전으로 자칫 역사속으로 사라질 수 있는 게임기와 자료를 한 곳에 모아 게임 산업의 역사이자 과거 세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추억여행의 현장"이라고 강조했다.
■ “게임은 놀이가 아닌 기록”…산업과 문화사 함께 엮어 전시
한국의 콘솔게임과 PC 게임을 한 곳에 모은 전시관 [사진 = 최현제 기자]
기자가 8일 오후 방문한 넷마블게임박물관은 크게 △게임 역사 △게임 세상 △게임 문화 등 3개 전시 구역으로 나눠졌다.
박물관을 이처럼 구분한 것은 게임을 단순히 탄생 시점으로 전시하지 않고 기술과 사회적인 맥락, 그리고 사용자 경험을 연결하는 방식을 반영한 결과물이다.
게임 역사 구역은 1970~1980년대 인기를 모은 아케이드 게임기부터 국산 패키지 게임, 해외 콘솔 기기까지 시대 순으로 만나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컴퓨터 스페이스’, ‘오디세이’, ‘애플2’, ‘재믹스’, ‘겜보이’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희귀 소장품이 대부분 작동할 수 있는 상태로 복원돼 눈길을 끌었다.
넷마블 관계자는 "이를 통해 박물관이 과거 게임을 단순히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복원작업을 거쳐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라며 "게임은 단지 보존하는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전원을 켜 작동해 살아 있음을 보여줘야 의미가 있다"라고 풀이했다.
한편 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기획전 ‘프레스 스타트, 한국 PC게임 스테이지’는 1990년대 이후 한국 게임이 일본과 중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으로 진출한 역사를 보여준다.
넷마블 관계자는 "한국 게임이 본격적으로 수출한 것은 이른바 'PC게임' 시대부터 시작됐지만 이를 정리한 아카이브가 거의 없어 안타까웠다"라며 "이처럼 우리 게임 역사를 제대로 보존해 많은 이들이 알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1958년 미국에서 과학 전시용으로 만든 세계 최초 오락용 컴퓨터 게임 '테니스 포 투' [사진 = 최현제 기자]
■ 체험형 교육부터 세대 공감까지…게임으로 연결된 '공공 공간'
게임 세상과 게임 문화 구역은 게임을 통해 학습과 직업, 창작의 매개체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이에 따라 방문객은 게임 제작 과정을 따라가며 △기획서 분석 △캐릭터 설정 △사운드 믹싱 △인터페이스(서로 다른 부분을 이어주는) 구조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각 과정마다 게임산업 내 직업군과 기술 발전이 함께 설명돼 있어 전시 이상의 교육 효과를 낸다.
행사장을 방문한 한 관람객은 <뉴스투데이>에 "이곳은 단순히 ‘이 게임을 기억하세요’라고 묻는 공간이 아니라 ‘이 게임은 어떤 맥락에서 어떻게 만들어졌고, 지금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해 의미가 크다"라고 풀이했다.
1996년 일본에서 출시된 휴대용 전자 애완동물 게임기 '다마고치' [사진 = 최현제 기자]
이처럼 게임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박물관은 이달부터 초등학생은 물론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정규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해 관심을 모았다.
전시 게임 해설을 비롯해 △게임 진로 탐색 △현재 게임 종사자와의 멘토링 △게임 개발 체험 등으로 꾸민 이 프로그램은 게임을 매개로 한 '융합형 학습 콘텐츠'인 셈이다.
넷마블 관계자는 "게임은 놀이에서 그치지 않고 청소년에게 진로와 직업, 창작의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이 공간은 체험보다 한 단계 깊은 ‘해석의 장(場)’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게임 문화 구역의 핵심인 ‘플레이 컬렉션’은 1980~1990년대 오락실과 가정용 콘솔 시대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이에 따라 한국 최초 아케이드 게임 가운데 하나인 ‘왕중왕’을 포함해 약 40년 전 게임기가 실제 모습 그대로 설치돼 있어 관람객이 게임을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사람들이 넷마블박물관 출구 쪽에 배치된 오락기에서 게임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 = 최현제 기자]
넷마블 관계자는 "게임기기가 오래되고 많은 관람객이 게임을 하다보니 하루에도 수 차례에 걸쳐 고장 여부를 점검하고 수리 작업을 펼친다"라며 "기계도, 기억도 손이 닿아야 유지된다는 말 처럼 박물관을 통해 수많은 관람객이 살아 숨쉬는 옛 게임과 만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박물관은 앞으로 △뮤지엄숍 △게임 굿즈 제작 △아카이브 출간 △해외 게임박물관과 협업 전시 등으로 사업 영토를 넓힐 계획이다.
넷마블 관계자는 “게임산업은 다른 업종에 비해 오랫동안 과소평가된 콘텐츠였지만 이제는 제대로 기록되고 존중받아야 한다"라며 "넷마블게임박물관이 그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