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디지털 트윈', 한국 기간산업 기술 진화 앞당긴다
한국조선해양, ‘기관·항해 통합 시운전 기술’로 시운전 효율 높이고 비용 절감
포스코, ‘포스플롯’으로 최적의 연·원료 배합비율 계산... 부서 간 정보 공유 향상
SKT, '디지털 트윈' 기술 중소기업에 제공하기 위해 앞장서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60조원대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시장을 잡아라'
디지털 트윈이 조선업, 철강업 등 기간산업 분야에 속속 도입되면서 전체 산업 풍속도를 바꾸고 있다. 이를 통해 근로자들의 업무 효율과 안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능력이 대폭 향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고루한 산업'으로 여겨졌던 기간산업이 4차 산업혁명 기술에 힘입어 새롭게 바뀌고 있는 셈이다.
■ 글로벌 디지털 트윈 시장 2026년에 약 60조원 규모로 커져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디지털 트윈은 가상 공간에 실물과 똑같은 물체(쌍둥이)를 만들어 다양한 모의 시험(시뮬레이션)을 통해 검증하는 기술을 뜻한다. 디지털 트윈은 미국 가전 업체 제너럴일렉트릭(GE)이 처음 만든 개념이다.
지난 2014년 GE가 처음 소개한 디지털 트윈은 빅데이터를 수집해 현실 세계를 가상 세계에 적용하고 5세대(5G) 네트워크·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가상 세계에서 현실 세계로 다시 최적화한다. 이에 따라 디지털 트윈을 통해 공사현장이나 생산현장에 가지 않고 작업에 따른 문제점과 생산 과정에 따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기술적 특징의 잠재력을 보여주듯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스앤마켓스(MnM)는 2020년 31억달러(약 3조8400억원)였던 글로벌 디지털 트윈 시장 규모가 2026년 482억달러(약 59조7000억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한국조선해양, 포스코 등 국내 기간산업을 대표하는 기업들은 디지털 트윈 기술 도입을 통한 기업역량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질세라 이동통신업체 SK텔레콤(SKT)은 중소기업을 위한 '구독형 디지털 트윈 서비스'를 출시하겠다고 밝혀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디지털 트윈 생태계에 포함될 예정이다.

■ 한국조선해양, ‘HiDTS’로 환경에 구애받지 않는 시운전 혁신 이끌어내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4월 디지털 트윈 기술을 기반으로 자율운항 여객선 시운전에 성공했다. 이는 지난해 1월 디지털 트윈 기술이 적용된 ‘기관·항해 통합 시운전 기술(HiDTS)’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후 약 1년 4개월 만에 일궈낸 성과다. 이에 따라 4차 산업혁명 기술이 국내 조선업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특히 한국조선해양은 HiDTS 개발 당시 이 기술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영국 로이드(LR) 선급으로부터 기본인증(AIP)을 획득했다. 선급은 선박에 적용되는 신(新)신기술이 적합하고 믿을 수 있는 지를 검증하는 기관이다. AIP는 기술적 적합성에 대한 공식 인증 절차를 뜻한다.
한국조선해양은 HiDTS 기술을 개발해 실제 시운전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극한의 조건에서도 선박 테스트가 가능해 졌다. 특히 실제 해상에서 진행되는 시운전을 가상공간에서 테스트해 이에 따른 비용이 최대 30%까지 절감할 수 있다. 즉 근로자를 극한의 환경에 노출시키지 않아 안전을 확보하고 비용절감이라는 경제적 이득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해상 시운전은 약 2주에서 한 달 간 100여명에 이르는 인원이 투입된다"며 "이 같은 시운전을 진행하려면 비용은 물론 적절한 기후 조건, 근로자 건강상태 등 수 많은 변수가 자리잡고 있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디지털 트윈기술이 적용된 HiDTS를 활용하면 해상 시운전 발목을 잡는 수 많은 잠재 위험요소를 없앨 수 있다. 또한 출항 및 항해, 고속운항, 접안 등 실제 선박의 운항 시나리오를 가상세계에서 그대로 재연해 실제 선박을 훼손하지 않고 안전도를 검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한국조선해양은 HiDTS와 같은 솔루션 개발외에 에너지 최적화, 위험 예지 분야에서도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해 최첨단 선박기술을 개발할 방침이다.

■ 포스코, '포스플롯' 기술로 연·원료 비용 최소화와 ESG 경영 강화
포스코는 지난해 9월 디지털 트윈 기술을 기반으로 한 ‘포스플롯(PosPLOT)’을 개발해 연·원료 비용 최소화와 제선·제강 공정에 따른 탄소배출 극소화, 수익성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됐다.

제철소에서 운용되는 고로(용광로)는 소결광·정립광·펠렛 등 원료, 코크스·미분탄 등 연료 배합 비율을 조절해 쇳물을 만든다. 그 이후 쇳물은 제선·제강·압연 등 후공정을 거쳐 다양한 철강 제품으로 탄생한다.
포스코는 그동안 가격 변동성 및 탄소배출 논란 등 경영환경이 바뀌면서 연·원료 투입과 배합을 꾸준히 개선해왔다. 특히 원료에 들어가는 수많은 성분을 고려해 공정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관리했다. 문제는 이와 같은 광범위한 검증 절차에 많은 인력과 시간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그러나 포스플롯을 활용하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점에서 품질, 원가, 생산 영향,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을 2분 이내에 시뮬레이션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포스플롯은 유관부서 간 실시간 정보 교류도 지원해 업무 효율을 높여준다. 이는 연·원료 투입 비율을 결정하는 현장직과 함께 연·원료 구매부서 및 품질 관리 부서도 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는 포스플롯을 스테인리스 공정까지 확장하고 여러 분야에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해 생산시스템을 최첨단화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포스코그룹에서 스마트팩토리 영역을 담당하고 있는 포스코ICT는 포스코 제철소 뿐 아니라 리튬·니켈 등 그룹사 신소재 사업에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접목해 보다 진화된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SKT, 중소기업 ‘디지털 트윈’ 기술 도입 지원...'통신사 큰형님' 역할 톡톡
SKT는 중소 제조업체들이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난해 9월 ‘디지털 트윈 얼라이언스’를 출범했다.
일반적으로 디지털 트윈을 도입하려면 5G와 LTE, 사물인터넷(IoT) 전용망, 그리고 클라우드 서버 등을 갖춰야 한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은 이와 같은 설비를 스스로 구축할 수 있지만 자금 규모와 인프라가 비교적 열악한 중견∙중소기업은 말처럼 쉽지 않다. 이에 따라 SKT는 업무 효율을 높여주고 비용을 절감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보다 많은 중소 업체들이 접할 수 있도록 관련 서비스를 선보일 방침이다.
SKT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제공하는 ‘구독형 디지털 트윈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 다쏘시스템, 슈나이더일렉트릭, 아마존웹서비스(AWS), SK플래닛, 플럭시티, 위즈코어, 버넥트, 한국전자기술연구원, 한국지능형사물인터넷협회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역량을 갖춘 20개 업체 및 기관들과 함께 디지털 트윈 얼라이언스를 출범하고 사업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또한 SKT는 디지털 얼라이언스를 활용해 △공장 설비 및 안전시설 가상화 △공정하고 안전한 데이터 수집 및 시뮬레이션 분석 △사업장 운영환경 최적화 등을 진행할 수 있는 ‘구독형 디지털 트윈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SKT 관계자는 "SKT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 중인 ‘5G 기반 디지털 트윈 공공선도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며 "자체 디지털 트윈 기술력도 확보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트윈 기술은 제조업계에서 가장 유용하게 사용되는 기술"이라며 "제조업체가 아닌 SKT가 중소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관련 기술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공익적으로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구독형 디지털 트윈 서비스를 제공해 중소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도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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