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의 탐욕(上)] 홈플러스 사태에 대주주 'MBK' 책임론 확산..."기업가 정신 결여"

남지유 기자 입력 : 2025.03.13 09:07 ㅣ 수정 : 2025.03.13 09:07

자구책 없이 회생절차 돌입...단기수익 극대화 전략 도마위
“정부 적극적 개입‧김병주 MBK 회장 사재 출연 등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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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가야점 [사진=홈플러스]

 

[뉴스투데이=남지유 기자] 국내 마트업계 2위 홈플러스의 기습적인 기업회생 신청 후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에 대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고 있다. 자구 노력 없이 회생절차를 신청한 데다가 신청 직전까지 기업어음(CP) 등을 발행한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기업가 정신’이 결여된 사모펀드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4일 오전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서울회생법원은 개시 결정을 내렸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개시는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지 10년 만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MBK가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홈플러스를 고가에 인수한 것을 경영 악화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MBK는 지난 2015년 9월 7조2000억원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블라인드 펀드로 2조2000억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5조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아 인수자금을 충당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사모펀드는 단기간 경영 후 실적을 내서 매각 후 엑시트 하는 게 비즈니스 모델인 만큼 경영철학이나 기업가 정신이 결여됐다”라며 “인수합병(M&A)은 ‘실탄’을 기반으로 진행돼야 한다. 사모펀드가 자주 쓰던 LBO 방식은 한계에 다다랐다. 이에 LBO 전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들은 각성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MBK는 20여 개 홈플러스 점포를 폐점 또는 매각 후 재임차 방식 등으로 자산을 처분해 오면서 4조 원에 가까운 빚을 갚았다. 수익성 악화 점포에 대한 폐점도 단행했다. 지난 2019년 140여 개에 달했던 영업 매장은 현재 127개로 줄었고 지난해(1~3분기)에는 1571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처럼 MBK는 홈플러스를 인수한 후 장기적인 사업 개선보다는 단기적인 수익 확보에 집중해왔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MBK는 인수 후 홈플러스의 부동산을 매각하며 현금을 확보했지만, 이 과정에서 매출은 줄고, 임대료 부담이 늘어났다”며 “최근 금리 인상으로 대형 부동산 매각이 어려워지면서 추가적인 자금 확보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홈플러스가 진심으로 소매 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다면 우량 점포를 매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이는 국가 경제나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재무적인 측면만 우선한 행보”라고 지적했다. 

 

특히 홈플러스는 기업회생 신청 직전까지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CP와 전단채 발행 잔액은 지난 5일 기준으로 1880억원이다. 홈플러스는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매월 정기적으로 CP를 발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1일에도 총 70억원(CP 50억원, 전단채 2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홈플러스가 그간 공모 회사채보다는 단기금융 등을 자금 조달 경로로 활용해온 만큼 CP와 전단채를 매입한 개인과 기관 투자자의 손실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기 직전 홈플러스 발행 CP와 전단채 신용등급인 ‘A3’는 투자등급 중 가장 낮은 대신 6∼7% 수준의 높은 금리로 거래돼 찾는 수요도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증권가 추정이다.

 

발행 CP·전단채에 따른 투자자 손실 우려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발행된 CP와 전단채 등은 승인되는 회생계획에 따라 변제될 예정”이라며 “현재 홈플러스의 현금창출력과 감정가액 4조7000억원 규모의 소유 부동산을 고려하면 현금 수지가 곧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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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와 홈플러스지부 조합원들이 6일 MBK 사무실이 있는 서울 광화문 D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홈플러스 사태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18일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긴급 현안 질의를 갖기로 했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과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대표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 11일 MBK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MBK 측은 이번 세무조사가 통상 4∼5년 단위로 이뤄지는 정기조사라는 입장이다. 다만 최근의 홈플러스 자금 이슈를 고려하면 서울청 조사4국이 폭넓게 특별(비정기) 세무조사 수준으로 들여다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MBK가 신청한 홈플러스의 회생 절차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려면 MBK의 자기자본 투입 등 자구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함께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개입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서 교수는 “매출 규모 7조원에 국내 2등 대형마트인 홈플러스가 무너지는 걸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며 “정부가 홈플러스의 정상 운영을 위해 채무자 금리 수준을 내리고 김병주 MBK 회장이 사재를 출연할 수 있도록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홈플러스에 관여된 직원들과 협력업체들을 고려했을 때 홈플러스 사태는 한국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며 “유통 산업은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위주로 타 산업과 달리 국민들의 생활에 밀접히 연관돼 있어 정부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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