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두의 실록<2부>, 초현실 비상계엄 (38)] 한남대첩 이끈 키세스군단

민병두 입력 : 2025.04.10 10:39 ㅣ 수정 : 2025.04.12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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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3일 윤석열의 비상계엄선포를 실록으로 엮어본다. 윤석열은 언제부터 쿠데타를 계획했을까? 윤석열은 무슨 일을 계기로 확신범이 되었을까? 12월3일은 우리나라가 처한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최고권력자 1인의 독단으로 나라가 형편없이 흔들렸는가 하면 국회와 시민들의 용기있는 대처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위대한 서사시였다. 12월3일을 전후해서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이 이 역사적 순간에 무슨 역할을 했는지 초현실적 계엄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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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 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 측 참가자들이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민병두 회장]“새벽은 어둠 속에서 태어난다/ 길고 오랜 비바람 속에서 태어나고/ 백날 백밤 온 세상을 뒤덮는/ 진눈깨비 속에서 태어난다/ 새벽은 어둠을 몰아내는/ 싸움 속에서 태어난다/ 비바람을 야윈 어깨로 막는/ 안간힘 속에서 태어나고/ 진눈깨비 맨가슴으로 받는 흐느낌 속에서 태어난다....새벽은 아우성 속에서만 밝는다/ 어둠을 영원히 몰아내리라/ 굳은 다짐 속에서만 밝는다/ 비바람 진눈깨비 다시 못 오리라...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사람들도 모두 하나로 어깨동무를 하고 크고 높이 외치는 아우성 속에서만 밝는다”(신경림 시인-새벽은 아우성 속에서만)

 

2025년 1월 5일 새벽, 서울에 7mm의 눈이 내렸다. 눈은 내리면서 녹기도 했다. 기온은 영하 3도에서 영상 1도 사이였다. 윤석열 한남동 관저 앞 도로에서 시민들은 은박담요를 깔고, 은박담요를 몸에 덮고 자고 있었다. 그 위에도 눈이 내렸다. 눈이 사람을 덮었다. 볼에 느껴지는 차가운 눈방울을 맞으면 한 명, 두 명 일어났다. 온 세상이 눈이었다. 모두가 눈사람인 듯 했다. 세상이 갑자기 순백으로 느껴졌다. 

 

그 장면이 사진으로 하나 둘 담겼다. 그리고 SNS로 퍼날라졌다. 신경림 시인의 글처럼, 어둠 속에서 새벽이 태어났다.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사람들도, 집에서 편하게 자고 있었던 사람들도 모두 하나로 어깨동무를 하는 순간이었다. “키세스군단이 왔다.” 허쉬 초코렛 모양의 은박의 전사들은 어디서 온 것일까? 눈과 함께 내려온 것일까? 우주에서 내려온 전사들이란 말인가. 사람들의 감동은 SNS를 타고 전파됐다. 하늘은 눈을 내렸고, 사람들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무능한 공수처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체포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윤석열이 2024년 12월 14일 국회에서 탄핵되어 대통령직이 정지된 후 한남동 관저를 저항의 베이스캠프로 삼았다. 경호처를 사병화하여 버티기에 들어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검경에 강제 이첩요구권을 발동해 12월 18일 윤석열 수사를 시작했다. 윤석열에게 12월 18일, 25일, 29일 세 차례 출석을 요구했다. 윤석열이 불응하자 공수처는 12월 30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법원은 2025년 1월 6일까지 7일간 유효한 영장을 발부했다.

 

공수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 등으로 꾸려진 공조수사본부의 윤석열 체포 시도는 3일 이른 아침 시작됐다. 그런데 체포영장 집행을 예고했다. ‘수사의 밀행성’ 원칙을 깼다. 영장 만료시간도 언론에 알려졌다. 공수처는 경호처가 협조할 것이라는 아마추어적인 생각을 갖고 임했다.

 

경호처의 대비는 철저했고 기습 효과는 없었다. 공수처가 1차 2차 저지선은 돌파했으나  3차 저지선에서 막혔다. 경호처와 군인 200여명이 처놓은 인간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6시간 동안의 대치 끝에 소득없이 상황을 종료했다. 그리고 추가적인 집행을 하지 않았다. 어쩔줄을 몰랐다. 무책임했다.

 

그 중에서도 국민을 가장 화나게 한 일이 있었다. 경찰이 영장 집행을 막는 박종준 경호처장 등을 현행범으로 체포하려고 했다. 공수처 검사가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불허했다고 한다. 경호처 직원들을 자극하여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것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 특수공무집행방해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경고해 놓았던 터이다. 경호처장을 연행해서 벽을 무너뜨릴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렇게 못했다.

 

이재승 공수처 차장은 1월 6일 “그 정도로 강한 저항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고 (경호처의) 협조를 기대했다”며 경찰의 영장 집행 전문성과 현장 지휘 체계의 통일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가수사본부에 영장을 일임한다고 했다. 이날 법원의 1차 영장 기간은 만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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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오마이뉴스TV 캡처]

 

키세스 군단의 출현

 

1월 3일 공수처가 체포 작업을 중단하자 영장이 만료되는 6일까지 3박 4일은 온전히 시민들의 몫이었다. 이 3박 4일은 집회를 하기에 최악의 날씨였다. 한강진역 인근에서 체포 촉구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아스팔트 노숙을 위해 두툼한 깔개를 준비했다. 은박담요는 함박눈을 맞으며 철야집회를 이어가는 참가자들을 위해 트위터에서 긴급 모금을 통해 후원물품으로 제공되었다. 4일 밤에서 5일 새벽까지 눈이 내렸다.

 

5일 아침 엑스(X. 트위터), 페이스북에는 은박 담요를 뒤집어쓴 채 바닥에 앉아 농성을 이어가는 시민들의 사진이 게재됐다. 순식간에 퍼져 날랐다. 일요일 아침의 감동이었다. “이렇게 춥고 눈도 오는데 우리 아이들이 은박지를 뒤집어 쓰고 밤새 버티고 있었다니...편안하게 따듯한 집에서 자고 일어난 내가 너무하네”(장영승), “이렇게 혹한 속에서 밤샘을 하는데 하필 이런 때 멀리 나와있으니 죄스럽기 그지없다. 눈물나는 사진에 괜찮냐고 안부를 물으니 ‘키세스 초콜릿 같지 않냐?’며 유쾌하게 응답하는데 그 얘길 들으니 또 눈물이 왈칵 ㅠㅠ 고맙고 또 고맙다. 누군가 은주사 미륵불이라고 하던데 어느날 우뚝 일어서서 세상을 뒵집는 미륵불이 따로 없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여기에 있다.”(이진선)

 

감동적인 사진들을 모아 재편집했다. “한강진역의 신새벽. 웅장하고 아름다운, 비장하고 성스러운 키세스 은빛 전사들!! 그대들이 진정 이 시대의 천사들입니다. 너무 감동이라 그날의 사진을 모아 봤습니다”(이성환)  “오늘 온 종일, 키세스 시위대 모습을 보며 코가 찡하게 고마움을 느꼈다. 친구들의 포스팅에 <최고예요> 누르기로 소극적인 연대를 표현하다”(김철용) 곡을 쓰고 노래를 만든 이들도 있었다, “키-세스 키세스.키-세스 키세스- 눈보라 속에서 어둠과 싸우는 은박의 여왕”(강진모의 키세스)

 

“키세스 동지” “한남동 키세스 시위대” “웅장하고 아름다운 키세스들” 찬사들은 시로 만들어지고, 일러스트로 제작되었다. 경희대 물리학과 김상욱 교수는 나사(NASA)가 우주에서 보온을 위해 개발한 것이 키세스 담요라며, “한남동의 키세스 시위대는 곧 우주 전사라 할 만 하다”고 했다. 김상욱 교수는 “은박 담요 혹은 스페이스 블랭킷은 알루미늄을 얇은 플라스틱 소재에 코팅한 것이 은박담요다. 몸에서 나오는 적외선을 반사하여 체온을 보존해준다”고 설명했다.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응원합니다.“

 

한남동 키세스 사진 속에는 정혜경 진보당 의원도 있었다. 3일부터 5일까지 밤샘 집회에 함께했다. 정혜경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시민사회와 2030 여성들의 결합으로 탄핵의 광장이 열렸다"라고 말했다.

 

"모두가 염원했다. 공수처가 윤석열을 제대로 체포하지 않으니 시민들이 직접 체포하겠다는 마음에 저도 함께 했다. 날씨가 너무 추웠는데 저도 그렇고 다들 밤에 한숨도 자지 않았다. 남태령에서부터 2030 여성들은 얼어 죽을 각오로 집회를 같이 버텼는데 이번에도 그런 열의와 절박함이 있었다. 단 한 순간도 지금 이 상황을 용납할 수 없고, 단 한 순간도 이 자리에서 떠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여성들은 꽉 차 있었다. 탄핵의 시간이 지나간 뒤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은 지금 광장에 나온 여성들과 이주민과 성소수자와 장애인들의 절규에 대한 답을 내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 모두의 책무다.“

 

정혜경 의원이 그날 새벽, 밝은 얼굴로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을 보며 웃고 있었는데  그 옆에 가난한 수도승 같기도 하고 등신불 같기도 한 사람이 잠을 자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정혜경이 '빛' 같은 느낌이었다면 그는 '그림자' 같았다. 이정헌 만화가는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응원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그림자’를 만화 이미지로 표현했다. 키세스군단의 상징 짤이 탄생했다. 그는 2019년 조국 법무부 장관이 딸 생일 케이크를 사 들고 집에 들어가는 뒷모습을 그려서 화제가 되었다.

 

인간 키세스 짤의 주인공은 정혜경 의원의 비서인 천승훈씨였다. 2박3일 동안 관저 앞에서 밤을 새고 아침 7~8시쯤, 체력적으로 피곤했는지 잠깐 졸다가 찍힌 사진이다. 그는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모두가 평화롭게 자기 이야기를 쭉 이어서 하는, 아고라(광장)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처음엔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나중엔 장애인과 성소수자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연대하는 분위기였어요. 시민분들이 자유 발언을 많이 신청하셨어요. 밤부터 이어진 대기 줄이 아침이 돼도 50명 가까이 늘어져 있었어요. 의료진들은 돌아다니면서 '몸 불편한 사람 없냐' 물어봐 주시고, 시위에 참여하지 못한 시민들은 난방 버스를 대여하고 음식을 배달로 보내주시기도 했어요. 중간중간 케이팝에 맞춰 춤을 추니까 축제 뒤풀이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라고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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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민주노총 등 진보단체 회원들이 텐트에서 탄핵 찬성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이로운 광장, 우리 모두의 정신적 자산

 

비상행동은 6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수처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호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은 "고작 5시간 만에 체포 영장 집행을 시늉만 하고 떠난 공수처는 집행을 경찰에 떠넘기고 기한 만료를 기다리나. 체포 영장의 주체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라는 자가 내란을 했다면 그를 체포하고 구속하고 처벌하고 파면하는 것이 민주공화국의 당연한 정의"라고 강조했다.

 

한미경 여성연대 상임대표는 "이유가 무엇이든 공수처가 윤석열 체포 영장 집행을 포기한 데 대해 분노한다. 공수처는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 불안한 정국을 끝내는 단 하나의 방법은 윤석열 체포와 구속임을 명심하라"라고 했다.

 

송경동 시인은 이 광경을 이렇게 노래했다.(한강진대첩 '키세스'는 어떻게 탄생했나... 숨은 주역들 이야기/ 오마이뉴스 [송경동의 광장] 함께 만든 '광장의 시간'... 우리는 또 나아갈 것이다)

 

“한강진 윤석열 공관 앞. 텅 빈 광장에 잠시 서 있었습니다. 3박 4일 몇 시간 못 자며 몽유병 환자처럼 그 광장에서 먹고 잤습니다. 이곳에 울려 퍼지던 노래와 춤들과 함성들, 모든 시대의 고통과 억압과 차별을 고발하며 터져 나오던 새로운 시대의 발언들, 새벽 폭설을 맞으며 한 사람 한 사람이 눈부처가 되어가던 경이로운 광장. 겨울비가 내려도 겨울 나목들처럼 처연히 그 자리를 비키지 않던 사람들의 존엄한 광장....

 

그 광장에 잠시 서서 눈을 감아 보았습니다. 윤석열 체포·구속의 시간은 잠시 미뤄졌지만 우리는 역사에 길이 남을 또 하나의 '광장의 시간'을 함께 만들어 냈습니다. 새로운 사회의 주체와 의제를 세워내는 또 한 번의 소중한 전진이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한 3박 4일 한강진 대첩에 대한 기억이 이 공동체의 소중한 역사적·정신적 자산으로 오랫동안 기억되고 기록될 것입니다...”

 

한남동 대첩의 이미지는 강했다. 그래서 이미지만 남고 메시지는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여기저기서 제기됐다. oniru.vegan은 -기억하라, 이미지만 차용하지마라는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들을 그냥 ‘키세스단’이라고 하지 않길 바란다. 이들 앞에는 붙여야 할 수식어가 있다. ‘페미니스트 성소수자 장애인’이다. 남태령과 한남동에서, 가장 오래, 가장 앞에서 있던 이들이 바로 ‘페미니스트 성소수자 장애인’들이다. 앞에 나와 연대발언 하며 소개할때 가장 많이 나온 말이 바로 이 말들이다. 남태령때도, 한남동에서도. 페미니스트라는 이름때문에 혐오받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 여기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밝힌다는 말, 동덕여대에 연대한다는 말, 이말들에 가장크게 환호하던 이들이 응원봉을 들고 은박지를 뒤집어 쓰고 있었다.

 

이 말을 하는 이유는, 탄핵 정국이 지난 뒤 이 수식어들이 잊혀지고 키세스만 남을까 두려워서이다. 가장 어지러운 때 응원봉을 들고 은박지를 뒤집어쓰고 남태령과 한남동을 지킨 ‘페미니스트 성소수자 장애인’. 이 시기가 지나고 나면 잊지 않고 이들과 꼭 모두 연대해 주길 바란다. 페미니스트라 조롱하지 말고, 성소수자를 혐오하지 않고 장애인을 잊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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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오마이뉴스TV 캡처]

 

예수 공현 대축일,  화장실 개방한  꼰벤뚜알프란치스코수도회

 

한남동 시위대를 위해 일신빌딩 일신홀 미술관과 수도회가 쉼터를 제공했다. 주변에는 화장실이 부족했다. 꼰벤뚜알수도회에 여성들의 행렬이 길게 늘어섰다. 오상환 요셉 수사가 BTS 아미봉을 들고 여성들을 남성 화장실로 인도했다. 누군가가 그에게 아미봉을 건네주었다. 또 누군가가 그 다음부터는 남자 화장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성 중립 화장실’이라고 쓴 종이를 붙여놓았다. 마침 이날은 기독교에서 아기 예수가 동방박사를 맞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뜻깊은 축일이었다. <뉴스앤조이>가 이 수도회에 관한 기사를 다루었다.

 

<꼰벤뚜알수도회는 ‘시대의 징표를 읽고 쇄신과 적응을 통해 세상과 함께 산다’는 지향점을 갖고 있다. 꼰벤뚜알은 마을에서 공동체를 이뤄서 살던 수도 형제들이었다. 선교적 삶은 그냥 그 안에서 복음적으로 사는 것, 담을 세우는 게 아니라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그리스도의 사람으로 사는 것이다... 

 

시민들은 3박 4일 동안 경당(예배당) 내에서 추운 몸을 녹이고 식사를 나누고 쪽잠을 자고 짐을 맡기며 밤샘 집회를 이어 갔다. 수도원이 그런 시민들의 베이스캠프가 된 격이었다. 수도원 입구에는 '난방 성당'이라는 표지판이 달렸다. 오상환 수사는 인터뷰 요청을 완강히 거절하면서 "나에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거리에서 집회를 하는 시민들에게 집중하는 게 맞다. 수도원에 이렇게 크게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했다. 

 

수도회 김욱 다윗 원장신부도 수도원을 개방하는 것이 세상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당연한 일이었다며 "저희가 오히려 얻은 게 크다"고 말했다. ”성당 안에서는 굉장히 평화로웠다. 이곳은 누구에게나 다 열려 있는 공간이었기에 화장실을 이용하고 성당에서 쉬어 간 사람들 중에는 탄핵을 찬성하는 이도, 반대하는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안에는 그런 곤란이 없었다. 밖에서는 싸우고 있지만 또 안에서는 시민들이 질서정연하게 지내시는 걸 보면서 여기에 평화가 있다고 느꼈다.>

 

기독교 중에서 가톨릭은 계엄 직후부터 내란을 비판하고 참여를 촉구했다. 김용태 마태오 신부(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는 2024년 12월 9일 시국미사 강론에서 윤석열 내란 사건을 요한 묵시록에 빗대 설명했다.

 

"악마라고도, 사탄이라고도 하는 자가 12월 3일 밤에 지X발광하였습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지X발광은 개X랄의 경북 방언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김용태 신부는 “국민의힘을 해산되도록 하고, 해체 수준의 검찰개혁과 해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지금 윤석열을 탄핵해도 제2의 윤석열, 제3의 윤석열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총무인 하성용 유스티노 신부는 기고문에서 용감하게 예언자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가톨릭 뉴스에 실린 특별기고문 ‘대통령의 비상계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2024년 12월 11일)의 발췌문이다.

 

 ”정치는 가장 고급스런 형태의 자선으로, 그리스도인들이 정치와 정치인에게 무관심한 것은 공동선을 위한 덕행을 저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가톨릭교회 교리서」에서는 교회의 사회참여에 대해 “인간의 기본권과 영혼들의 구원을 위해 필요할 때에는 교회가 정치질서에 대해 윤리적 판단을 내리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가톨릭교회 교리서」 2246항)라고 밝힙니다...정치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잘못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침묵과 식별의 시간도 필요하지만, 용감하게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는 것도 필요합니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이 헌법재판소에 정의로운 판결을 촉구했다. 2025년 3월 21일 바티칸에서 녹화된 담화문에서 “위기의 대한민국을 위한 갈급한 마음으로 헌재에 호소한다”며 “우리 안에, 저 깊숙이 살아있는 정의와 양심의 소리를 듣는다면 더 이상 (선고를) 지체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고통에는 중립이 없다’고 말씀하셨다”며 “이와 마찬가지로 정의에는 중립이 없다. 우리 헌법이 말하는 정의의 판결을 해달라”고 했다. 그는 “법은 상식과 양심으로 해결이 안 되는 일이 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인간 사회의 최후 보루”라면서 “그런데 우리 사회는 양심이라는 말이 빛을 잃은 지 오래이며, 법에만 저촉되지 않으면 무슨 일을 해도 된다는 마음을 넘어, 법을 가볍게 무시하는 일을 서슴지 않는 무서운 마음이 자리 잡았다”고 우려했다. 

 

2025년 3월 30일 천주교 교구장 8명을 포함한 사제·수도자 3462명은 사순절 제4주일을 맞아 "헌법재판소는 국민에게 승복하라!"라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군경을 동원해 국회와 선관위를 봉쇄 장악하고 정치인과 법관들을 체포하려 했던 위헌·위법 행위를 단죄하는 것이, 명백한 사실도 부인하고 모든 책임을 아랫사람에게 돌리는 자의 헌법 수호 의지를 단죄하는 것이, 명백한 사실도 부인하고 모든 책임을 아랫사람에게 돌리는 자의 헌법 수호 의지를 가늠하는 것이, 그를 어떻게 해야 국익에 부합하는지 식별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주권자인 국민은 법의 일점일획조차 무겁고 무섭게 여기는데 법을 관장하고 법리를 해석하는 기술 관료들이 마치 법의 지배자인 듯 짓뭉개고 있다. 정의 없는 국가란 '강도떼'나 다름없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만도 못한 '사자들'이 우리 미래를 가로막고 있다. 머리 위에 포탄이 떨어졌고, 땅이 꺼졌고, 새싹 움트던 나무들은 시커멓게 타버렸다. 하지만 새로운 시작이 멀지 않았다. 미련한 사제, 수도자들이지만 저희도 불의의 문을 부수고 거짓의 빗장을 깨뜨리는 일에 힘을 보태겠다“

 

같은 기독교 형제인 가톨릭과 개신교의 대응은 이렇게 달랐다. 정의구현사제단의 송년홍 신부는 MBC라디오 뉴스투데이에 출연했다 개신교 일부에서 나오는 극우 목소리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하나님을 이용해서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고 또 성경에 보면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성전에 가셔서 성전에서 장사하는 장사꾼들을 다 몰아내시고, 하시는 말씀이 기도하는 곳을 장사꾼의 소굴로 만들었다고 그렇게 말씀하셔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 길거리에 나가서 약자들 편에 서서 그 사람들이 사람이 사람으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그리고 모두가 행복할 수 있도록 약자 편에 서서, 가난한 사람들 편에 서서, 고통받는 사람들 편에 서서, 그들과 함께한다면 진정한 종교의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신부님들과 목사님들이 많이 그렇게 살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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