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자궁경부암백신 ‘가다실’ 1년간 23.3% 가격 인상해도 공정위는 MSD 조사 어렵다고?
국내 자궁경부암 시장서 사실상 독과점 지위인 가다실 가격인상에 보건당국과 공정위 모두 수수방관
자궁경부암백신 국가 무료 접종 사업 펴는 보건당국은 가다실 가격 인상 에 의견도 내지 못해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다국적 제약사 MSD의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의 국내 시장 전략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 시장 진입 시 낮은 가격으로 의약품 소비자의 관심을 끈 뒤 독점적 위치를 확보해 공급가를 대폭 인상시키는 전략이다.
MSD사의 이 같은 전략에 국내 보건당국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마저 백기를 들고 있어 의약 소비자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다실의 가격 인상 논란은 지난해 4월 불거져 나왔다. 당시 가다실·가다실9 모두 공급가가 15% 인상되자 MSD에 대한 여론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특히 국내에서 공급되고 있는 영국 소재 다국적 제약사 GSK의 자궁경부암 백신인 ‘서바릭스’는 몇년간 가격 변동이 없었던 터라 가다실 가격 인상에 소비자들의 불만의 목소리는 높을 수밖에 없었다.
가다실9의 공급가는 지난해 15% 한차례 인상됐고 최근 8.3% 올랐다. 불과 1년 만에 23.3% 인상이다. 이 같은 인상 폭은 의료계 내에서도 매우 드문 경우로 알려져 있다.
2일 공정위 서울청 경쟁과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가다실9의 가격이 8.3% 인상된 것은 현 물가상승률을 고려했을 때 우려될 만한 사항은 아니다”면서 “일시에 20~30% 이상 가격을 올렸을 경우는 조사해 볼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 시장에서 독과점에 의한 가격 횡포를 공정위가 조사하기 위해서는 신고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공정위 내에서 MSD가 독과점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판단해도 쉽게 조사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선제적 조사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시장의 질서 교란 행위로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공정위의 내부적 확신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이 관계자는 “현재 공정위가 독과점 횡포에 대한 다수의 소송을 진행한 결과 패소한 사례 많다”면서 “위험 부담이 커 현 상황서 MSD를 선제적 조사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 자궁경부암 백신 무료접종 사업하는 국가 재정에 부담 우려 / 한국 MSD관계자, "보건당국과 협의는 없었고 시장조사 결과 반영해 공급가 인상"
그러나 보건당국이 자궁경부암 백신 무료 접종을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가다실 가격 인상은 국가 재정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4가 백신인 가다실은 만 13세 이상 연령에서 3회까지 접종을 받을 수 있고 2가 백신인 서바릭스는 만 14세 연령부터 투약 대상이다.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4월 공개한 가다실의 접종비용은 6만3280원이며 서바릭스는 5만6550원이다. 백신 공급가 인상은 통상적으로 2개월 전 공개되는 특성을 감안하면 가다실은 이전까지 5만6788원에 유통된 것으로 유추된다.
MSD는 국내 시장 진입 초기에는 서바릭스와 비슷한 가격으로 가다실을 공급한 것으로 보인다. 가다실의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높아지면서 서바릭스의 국내 시장 철수설이 나오자 MSD가 공급가를 인상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 MSD 측은 가다실 가격 인상은 세계 각국에 적용됐다는 입장이다. 즉 국내 공급 물량만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가다실을 무료 접종 사업에 포함시킨 것은 의학적·과학적 요건을 검토한 후 이루어진 것”이라면서 “가격 인상에 따른 비용 부담은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국내에서 유통되는 약값은 급여 항목에 포함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보건당국과 협의를 거치지 않는다. 국가가 나서서 무료 접종 사업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공급사는 약값 인상에 대한 협의를 거치지 않고 있다.
가다실9은 무료 접종 백신은 아니지만, 1년간 약값을 23.3% 인상하는 과정에 보건당국의 개입은 없었다.
한국 MSD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가다실9의 가격을 인상하는데 보건당국과 협의는 없었다”면서 “가다실9의 처방을 내리는 다수의 병원들과의 의견 청취 및 당사의 시장조사 결과를 반영해 공급가를 인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0월부터 서바릭스의 국내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공급 중단 당시 GSK는 올해 5월에 공급을 재개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지만 아직 무소식인 상태다.
지난 2015년 GSK는 미국 시장에서 서바릭스 사업을 철수한 바 있다. 연간 2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가다실에 비해 40억원에 불가한 서바릭스 판매고는 초라한 수준이라 사업을 영위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판단에서다.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GSK의 마케팅 전략을 고려하면 서바릭스가 국내에서 완전 철수한 것으로 보고 가다실이 자궁경부암 백신 시장에서 독과점 지위를 확보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자궁경부암 예방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 백신을 보유하고 있는 두 다국적 제약사의 횡포에 정부 차원에서의 대책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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