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부추긴 ’금융 소외‘···“저신용자 대부업 문턱 높아져”

유한일 기자 입력 : 2022.06.27 09:00 ㅣ 수정 : 2022.06.27 09:00

서민금융연구원 저신용자 대상 설문 보고서 발표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image
거리에서 볼 수 있는 대출 광고 전단지들.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저신용자들 중심으로 한 ‘금융 소외’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대부업체로부터 대출을 거절받고, 불법 사금융에 내몰리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 

 

반면 대안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정부 제도 이용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금융 소외 현상을 방치할 경우 사회·경제적 악영향이 불가피한 만큼 제도권 금융기관의 서민 금융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단법인 서민금융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2년도 저신용자 및 우수 대부업체 대상 설문 조사 분석’ 보고서를 27일 발간했다. 

 

연구원은 대부업 및 불법 사금융 이용 경험이 있는 신용등급 6~10등급의 저신용자 7158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13일부터 12월 30일까지 온라인 설문을 진행했다. 또 공급자(대부업체) 12개사로부터 유효 응답을 받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금융기관이나 대부업체로부터의 대출 환경에 대해 응답자 중 53%가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2020년 43.4%였던 비율이 1년 만에 6.6%포인트(p) 증가했다.

 

고금리를 주고 대부업체로부터 돈을 빌리려 한 이유에 대해 응답자 중 48%가 ‘여타 금융기관에서 빌릴 수 없어서’라고 답했다. 이어 ‘빨리 대출해주기 때문에’가 16.1%, ‘광고 및 전화·문자 등을 보고’가 13.7%로 각각 조사됐다. 

 

자금 용도에 대해서는 ‘기초생활비’라고 답한 응답이 43.6%로 가장 많았다. ‘신용카드 대금 등 다른 부채 돌려막기’ 응답도 23.9%에 달했다. 

 

대부업체 대출 거절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3.4%로 나타났다. 이 중 50.6%가 자금 마련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눈에 띄는 건 대출 거절 시점이다. 지난 2020년 39.6%였던 대부업체 대출 거절 경험 응답이 지난해 43.4%로 3.8%p 늘었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면서 대부업체 대출 문턱도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저신용자들은 ‘부모·형제·지인 도움(35.5%)’으로 필요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책 서민 금융 이용’은 12.3%로 전년(13.3%) 대비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대부업 이용 목적에서 기초생활비가 크게 증가한 것은 저신용자들의 생활이 어려워졌다는 걸 의미하고 있다”며 “제2금융권과 대부업에서도 소외 당하는 사람이 늘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3년 간 거래한 업체를 묻는 질문엔 87.7%가 ‘대부업체만 이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나머지 12.3%는 ‘불법 사금융만 거래하거나, 둘 다 이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불법 사금융만 이용한다’는 응답은 2020년 2.5%에서 지난해 3.6%로 늘었다. 

 

이용 중인 불법 사금융자 수(數)에 대해선 ‘1명’이 44.4%로 가장 많았고, ‘2명’과 ‘3명’은 각각 28.5%, 14.4%로 집계됐다. 특히 ‘불법 사금융인지 모르고 빌렸다’는 응답은 2020년 26.5%에서 지난해 42.4%로 대폭 증가했다. 

 

보고서는 “불법 사금융인지 모르고 빌렸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은 건 그만큼 이들이 다금함에 어쩔 수 없이 이용할 수밖에 없는 절박함을 의미한다”며 “불법 채권추심 행위, 부당한 대출 중개수수료 요구 등은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저신용자 보호를 위해 은행과 제2금융권 등 제도권 금융기관을 통해 서민 금융을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금리 수준 자체 보다는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금융에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이들의 출구 전략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특히 보고서는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고금리를 인하할 때마다 등록 대부업체의 신용대출이 줄어들고, 문턱을 넘지 못한 이들이 불법 사금융에 내몰릴 가능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현재 정책당국은 불법 사금융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법정 최고금리가 추가 인하될 경우 규제 강화로는 감당할 수 없다”며 “최고금리 인하의 혜택은 일부 ‘행복한’ 차입자들에게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많은 금융 취약 계층이 불법 사금융으로 빠지는 폐해가 나타날 것”이라며 “오히려 그동한 일방적으로 내리기만 한 최고금리도 경제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대부업계가 불법 사금융으로 구축되는 저신용자를 흡수하기 위해 최고 이자율 규제를 획일적으로 하는 대신 금액의 다과, 대출 기간의 장단, 상품의 성격 등에 따라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소액‧단기 대출의 경우는 미국의 ‘페이데이론’처럼 규제 금리의 폭을 확대하거나 이자의 개념이 아니라 금융 서비스 이용 수수료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BEST 뉴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
 

주요기업 채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