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역풍’ 국내은행, 건전성 뒷걸음질…유동성 위축 우려
9월말 국내은행 BIS 비율 14.84%…0.46%p↓
고금리 지속·환율 상승에 위험가중자산 확대
산은·수은 등 약세 뚜렷, 유동성 공급 위축 우려
금감원 “모니터링 강화, 자본적정성 제고 유도 할 것”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국내은행이 금리 인상 등 영향으로 높은 이익을 거뒀지만 국제결제은행(BIS) 자본비율 등 건전성 지표는 뒷걸음쳤다.
환율 상승, 기업대출 증가 등으로 위험자산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 금융지원을 주도했던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건전성이 크게 약화됐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국내은행의 BIS기준 총자본비율은 14.84%로 6월 말보다 0.46%포인트(p)하락했다.
보통주자본비율은 12.26% 기본자본비율은 13.51%로 같은 기간 각각 0.45%p, 0.44%p씩 하락했다. 단순기본자본비율도 6.09%로 0.15%p 떨어졌다.
BIS 자본비율은 은행의 자기자본을 위험자산으로 나눈 것으로, 은행의 재무 건전성을 가늠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감독당국의 규제 기준은 보통주자본비율 7.0%, 기본자본비율 8.5%, 총자본비율 10.5%다. 금융 체계상 중요한 은행(D-SIB)의 경우 총자본비율에 1%p를 가산해 관리하고 있다.
금감원은 “현재까지 모든 은행의 자본 비율이 규제 비율을 웃도는 등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추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대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은행의 자본비율이 하락한 것은 금리 상승이 지속한 데다 환율 상승으로 위험가중자산이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은 은행 수익을 늘리는 데 역할을 했지만, 건전성에는 독으로 작용한 것이다.
같은 기간 국내은행은 금리 상승효과로 40조6000억원의 이자 이익을 거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조9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하지만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6월 말 3.55%에서 9월 말 4.19%로 올랐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1298.4원에서 1430.2원으로 급등했다.
3분기 순이익이 늘었음에도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평가손실로 인해 자본 증가 폭은 제한된 반면, 기업대출 증가, 환율 상승 등으로 위험가중자산이 크게 증가하면서 자산증가율(4.5%)이 자본 증가율(1.4%)을 넘어서며 자본비율이 하락했다.
은행별로 보면 총자본비율의 경우 카카오뱅크(37.10%)가 가장 높았고, 외국계인 한국씨티은행(17.42%)이 뒤를 이었다.
5대 금융지주에서는 신한(15.89%), KB국민(15.42%), 농협(15.38%), 하나(15.34%), 우리(14.30%) 순으로 비율이 높았다.
전 분기 대비 변동률로 보면 광주은행이 0.28%(총자본비율 기준)로 가장 높은 상승 폭을 보였다. 반면 산업은행은 1.77% 하락,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산은뿐 아니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자본비율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이 기간 산은과 수은의 총자본비율은 각각 13.08%, 12.99% 기록했다. 이는 국내은행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가장 큰 하락세를 보인 산은뿐 아니라 수은도 전분기보다 1.15%p 총자본비율이 하락했다.
이들 국책은행의 건전성 부진은 최근 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책 금융지원 확대가 큰 영향을 미쳤다.
산은의 경우 채권시장 안정화를 위한 채권시장안정펀드에 많은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정부는 50조원 이상의 시장 안정화 방안을 내놨는데 채안펀드 출자구조는 산은 20%, 시중은행 60%, 보험과 증권사 20%다. 이와 함께 산은은 10조원 규모의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도 가동하고 있다.
여기에 한전의 대규모 적자도 타격을 줬다. 한전은 올해 3분기까지 21조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산은은 한전 지분 32.9%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법에 따라 한전의 적자가 보유지분만큼 고스란히 연결재무제표에 손실로 반영된다.
앞서 강석훈 산은 회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한전의 1조원 손실은 산은의 BIS 비율을 약 0.06%포인트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언급했다.
한전의 적자 폭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산은의 자본비율 추가 하락 가능성도 점쳐진다.
수은은 외화대출이 많은 특수성 때문에 환율 상승에 직격탄을 맞았다. 여신 증가와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위험가중자산이 크게 증가하면서 자기자본비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앞서 윤희성 수은 행장 또한 지난 국감에서 “올해 여신 잔액은 121조원으로 증가하고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이상으로 올라 BIS 비율이 축소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기업은행의 경우 두 곳의 국책은행보다 상황이 나쁘진 않지만 안심할 순 없다.
기은의 총자본비율은 14.76%로 산은과 수은에 비해 양호한 편이다. 낙폭도 전분기보다 0.09%p 하락하는데 그쳤다. 다만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등 자기자본 대비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이 6.9%에 달한다. 또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79.6%로 일반은행(40.6%) 대비 현저히 높은 것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책은행들의 건전성 약화는 시장 유동성 공급 역할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금융당국 요청에 따라 산업금융채(산금채)나 중소기업금융채(중금채) 등 채권발행을 통한 자본 확충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국책은행을 비롯해 은행권의 건전성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내외 경제 충격에도 은행이 건전성을 유지해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유도할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국내은행의 자본비율 현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하고, 자본비율이 취약한 은행에 대해서는 자본적정성 제고를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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