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우 기자 입력 : 2022.12.11 07:50 ㅣ 수정 : 2022.12.11 07:50
화장품·면세점 등 中 리오프닝 관련주들 '반등세' 中 정부 "상시 PCR 전수 검사 진행하지 않을 것" 방역 완화 후 인플레 압박·의료 붕괴 등은 걸림돌
중국 상하이의 한 여성이 중국 국기가 그려진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중국 정부가 기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정책인 '제로 코로나' 기조를 사실상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자 국내 증시에서 화장품 등 중국 관련주들에 훈풍이 불고 있다.
한동안 제로 코로나로 짓눌린 중국 소비에 중국 매출 비중이 컸던 기업들의 주가가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이 같은 제재들이 완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타나며 반등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위드 코로나 전환이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켜 글로벌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또 중국의 제로 코로나 해제 이후 감염자 급증에 따른 의료 시스템 붕괴 등 중국의 리오프닝이 지연될 수 있는 리스크도 남아있는 상황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 화장품·면세점 등 리오프닝 관련주 中 방역 완화에 '날개짓'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8일부터 한 달 간 LG생활건강(051900)의 주가는 16.27% 상승한 67만9000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아모레퍼시픽(20.98%)과 코스맥스(23.78%), 한국콜마(14.01%) 등 주요 화장품 기업들의 주가도 두 자릿수 넘게 올랐다. 또 호텔신라(19.97%)와 파라다이스(16.50%), 하나투어(12.28%) 등 면세점과 카지노, 여행 관련주들도 일제히 상승했다.
해당 기업들은 중국 관련 수혜주들로 평가받고 있는데, 최근 중국 정부가 코로나 방역 정책을 완화하고 점진적으로 위드 코로나로 전환을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타나면서 주가가 오른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국무원 합동방역통제기구는 지난 7일 '진일보된 코로나19 방역·통제 최적화에 관한 통지'를 통해 10개항의 방역 최적화 조치를 발표했다. 방역당국은 통지를 통해 "행정 구역을 기준으로 한 전원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진행하지 않으며, PCR 검사 범위를 더욱 좁히고 빈도를 줄일 것"이라며 "방역 작업 필요에 따라 항원검사를 수행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동안 중국은 감염자를 철저히 걸러내고자 특정 도시나 구 주민 전체에 대해 1~3일에 한 번씩 상시 PCR 검사를 받도록 했으나, 이 같은 조치가 사실상 폐지되는 것이다.
이외에 지역 간 이동자에 대해 PCR 검사 음성 증명서 및 건강 코드 검사 등을 실시하지 않으며, 봉쇄가 위험되는 위험 구역을 정확하게 나눠 거주하는 동과 층, 가구 단위로 고위험 지역을 지정하고 봉쇄 구역을 한 아파트 단지 이상의 범위로 임의 확대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박은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 같은 주가 상승의 방아쇠는 중국 소비 저하의 핵심 원인이던 제로 코로나 정책의 변화 신호의 감지"라며 "상반기 상해 봉쇄나 하반기 간헐적 봉쇄가 이어지면서 화장품을 포함한 모든 소비 지표가 3분기 누적으로 부진한 바 있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단계적 완화 흐름이 예상되며, 우선 내년 1월 말까지 취약 계층의 접종률을 중국 방역 당국의 목표대로 높이는 것이 시작일 것"이라며 "다만 내년 상반기는 중국 내 리오프닝으로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며, 아직 중국 내 확진자가 증가되는 상황인 만큼 점진적 완화 흐름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 中 위드 코로나, 인플레 '복병'될 수도…부족한 의료시스템도 걸림돌
이처럼 중국 리오프닝의 수혜주들이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한편으로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가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상승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타났다.
인플레이션은 내년 금리 상승으로 인한 소비지출 감소와 경기침체에 영향을 받아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렸는데, 제로 코로나 여파에 따른 중국의 경기 위축도 둔화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 경제 활동이 되살아나 수요가 회복된다면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다시 오를 것이라는 해석이다.
지난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계열 연구소인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최근 중국이 내년 중반 완전히 '위드 코로나'로 전환할 경우 연간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20%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기존 예상치인 3.9% 하락에서 5.7% 상승할 것으로도 내다봤다.
실제로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중국의 방역 최적화 통지가 발표된 지난 7일부터 전일까지 이틀 연속 하락장을 기록했다.
박수현 KB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제로 코로나 종료가 선언됐음에도 본토 및 홍콩 증시는 비교적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며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은 위드 코로나로 소비시장이 개선되면서 중국 정부가 재정투자를 축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재정투자의 힘이 약화되면 글로벌 경기 하방 압력을 중국이 상쇄시키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연결되고 있다"며 "중국의 소비 경기 정상화로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있으며, 이 같은 의구심들이 단기적으로 중국 수혜주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도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중국 정부가 위드 코로나 이후 감염자 폭증에 대처할 능력을 갖췄는지도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왔다.
홍콩 현지 외신인 명보에 따르면 전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부주임이자 현 '국가 합동 코로나19 예방·통제 전문가 그룹' 일원인 펑쯔젠은 최근 발표한 '오미크론에 이성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을 통해 "어떤 정책을 펼치든 대부분의 사람은 필연적으로 한 번씩 감염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펑쯔젠은 "수학적 계산에 따르면 대규모 감염 충격의 첫 파동이 정점에 달하면 인구의 감염률은 약 60%에 도달할 것"이라며 "이후 차츰 안정기로 접어들 것이며, 최종 누적 감염률은 80~90%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류진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경우 인구 10만명당 중환자실 병동이 3개에 그치는 등 미국이나 한국처럼 의료체계가 잘 갖춰져 있지 않다"며 "고위험군인 고령층 백신 접종 상황도 긍정적이지 않으며, 인구 수까지 고려하면 집단면역 도달 전까지 사망자 수가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류 연구원은 "결국 집단면역 및 위드 코로나 국면에 도달할 때까지 코로나 확진에 따른 사망자 수 급증 등은 중국의 경제활동 시기를 상당히 늦출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