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방순 칼럼] 미국에 도전하는 중국의 ‘일대일로’, 한국의 전략적 대응을 위한 소고(5)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3.12.05 10:56 ㅣ 수정 : 2023.12.05 11:02

일대일로 협력하면 한·중 경제적 이익 창출할 수 있으나 미·중 패권경쟁의 현실 도외시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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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지난 10월 17~18일 양일간 ‘일대일로(一帶一路)’(Belt and Road Initiative) 3차 국제협력 정상포럼을 개최했다. 140여개국과 30여개 국제기구가 참석한 글로벌 행사로 G2로 급부상한 중국이 향후 G1이 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 중국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어떻게 국익과 연결해야 할 것인지 생각하면서 ‘미국에 도전하는 중국의 ‘일대일로’, 한국의 전략적 대응을 위한 소고‘란 제목으로 총 5편의 연재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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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임방순 前 국립인천대 교수] 중국의 일대일로는 한반도를 목적지로 삼거나 경유하지 않는다. 육상 실크로드는 중앙아시아를 거쳐 중동과 유럽에 이르고, 해상 실크로드는 동남아를 거쳐 중동을 통해 유럽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실크로드의 동쪽 종착점이 신라 경주였음을 주장하지만, 중국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 초기에 우리에게 참여를 권유한 적이 있다. 우리는 일대일로 사업을 위한 AIIB 은행(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창설 회원국으로 초기에 약 4.06% 지분(약 50억 달러)을 가진 5위 투자국이었다. 하지만 당시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담긴 미·중 패권경쟁의 성격을 고려한 판단이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도로. 철도, 항만 등 사회기반시설이 갖추어져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부합되지 않았고, 중국 중심의 사업추진에 공동으로 참여할 여지는 없었다. 우리가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협력이 가능한 분야는 다음 3가지이다. 

 

에너지 수송로 한반도 연결, 북극항로 개발, 서해 열차페리 등 고려 가능

 

첫째, ‘중국-몽골-러시아 경제회랑’에 개설된 에너지 수송로를 한반도로 연결하는 프로젝트이다. 중국은 2010년 러시아 안가르스크 유전-자바이칼스크-중국 지린성 다칭(大慶)을 연결하는 제1송유관을 개통했고, 러시아 스코보로니노-중국 모허(漠河)-다칭(大慶)으로 이어지는 제2송유관은 2017년에, 가스수송관은 2019년에 각각 개통했다. 다칭에서 북한을 거치면 송유관과 가스수송관이 우리나라로 연결된다. 

 

또한, 중국 동북 3성 지역과 러시아와 몽골을 연결하고 있는 철도망을 북한을 통과해 우리나라까지 연결해서 유라시아 대륙으로 물류망과 교통망을 확충하는 방안이다. 과거 박근혜 정부는 신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문재인 정부는 신북방정책으로 추진했던 사업이기도 하다. 북한의 핵개발에 따른 UN 제재로 석유나 가스수송관 연결사업, 그리고 교통망 연결사업이 아직 진척되지는 않고 있다. 

 

둘째, ‘북극항로 개발 사업’이다. 중국에서는 이 프로젝트를 일도(一道)라고 하는데 2017년 중국 칭화대 국정연구원 원장 후안강(胡鞍鋼)이 제시한 개념이다. 그는 일대일로에 일도를 포함하여 ‘일대일로일도(一帶一路一道)’ 구상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도는 한반도를 거쳐 베링해에서 시베리아 북단을 경유해 유럽에 이르는 서북항로, 그리고 베링해에서 동쪽으로 이어지는 동북항로가 있다.  

 

비록 북극항로가 여름철에 한해 이용할 수 있지만, 이 항로는 북극에 매장된 에너지와 지하자원에 접근이 쉽고 항로 주변국은 한국, 일본, 미국, 러시아, 유럽 등 선진국으로 다른 루트보다 경제적 이익 창출이 가능하며 해적이나 테러의 위험성도 적다. 비교적 안전한 항로라는 것이다. 북극항로 개발과 협력은 현재 진행되지 않고 있으나 우리가 중국과 협력할 수 있는 분야이다. 

 

셋째, 평택항-산동성 옌타이(烟臺) 또는 칭다오(靑島)을 연결하는 ‘서해 열차페리 사업’이다. 즉, 2만톤급 페리선 위에 길이 200미터의 철로를 5개가량 설치해 최대 80량의 화차를 선적하고 중국 항구에 도착한 다음, 기관차를 연결해 중국 내륙으로 운송하는 방식이다. 북한을 거치지 않고 바다라는 또 다른 통로를 통해 한국의 철도와 중국의 철도 운송망을 연결하는 것으로 현재 아이디어 차원의 프로젝트이다. 

 

서해 내해화 추진과 동·남해에 군함파견 가능성은 우리 안보에 위협적

 

우리는 중국의 일대일로일도 프로젝트 참여를 고려하면서 동시에 중국이 한반도 해역을 통제하려는 다음과 같은 시도에 유의해야 한다. 첫째 서해의 내해화(內海化) 추진이다. 중국과 우리의 서해 해상경계선은 획정되지 않았다. 우리는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중간선을 주장하고 있지만, 중국은 대륙의 크기와 황하 등 토사 유출량을 근거로 우리 쪽으로 크게 들어온 동경 124도 경계선을 주장한다. 이 경우 서해 70% 이상과 이어도가 중국 EEZ로 포함된다. 

 

중국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에 따른 2010년 7월 미 항공모함의 서해 진입 계획에 즉각 “서해로 들어오는 미 항공모함은 중국군의 표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 이후 미 항공모함은 서해 진입을 자제하고 있다. 해상경계선이 획정되지 않은 서해에서 우리와 미군 해군이 중국의 위협에 작전에 제한을 받는다면 서해는 공해가 아니라 점차 중국의 내해로 변해갈 것이다.

 

둘째, 동·남해에 군함파견 가능성이다. 중국은 우리 동해와 남해를 통과하는 물류 수송로를 2010년 개통했다. 헤이룽장성과 지린성은 그동안 광물이나 농산물 등을 남부 연안으로 운송하기 위해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항을 사용했으나, 거리가 1000km에 달해 육상운송 비용 부담이 상당했다. 그래서 ‘외국 항구를 빌려 바다로 진출한다’라는 차강출해(借港出海) 전략에 따라 북한의 나진항과 청진항 부두의 30∼50년 장기 사용권을 확보했으며, 북한과 나진항을 중계 무역항으로 개발하는 공동 프로젝트도 추진했다. 

 

2010년 시범적으로 지린성 훈춘(琿春)-나진항을 통해 석탄을 상하이로 운송한 데 이어 2015년부터 식량과 목재 등을 남방으로 운송하는 데도 이 해상 항로를 이용했다. 하지만 2016년 북한의 핵실험과 그에 따른 유엔 제재 강화로 북·중 경제 협력 프로젝트가 중단되고,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북·중 국경까지 폐쇄되면서 나진항 사용이 중단됐다. 중국은 나진항 대안으로 올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항구를 사용한다고 발표했다. 

 

동해-남해-중국 남부 연안 물류 수송로가 활성화된다면 중국은 이 수송로 보호를 위해 군함을 파견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 지역 동해는 2004년부터 중국 어선이 수백 척 조업하고 있다. 북한이 조업권을 1척 당 4800만원에 판매하고 있는데 중국은 자국 어선 보호의 명분도 추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중국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 니펑(倪峰) 소장은 “민간 선박 호송을 위한 함대 파견은 정상이다. 서방은 가능한데 우리는 왜 못 하는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동해에서 연합훈련을 하고 KADIZ를 무단진입하고 있는 현상도 수송로 보호를 위한 사전 예행연습일 것이다. 우리나라 함정과 공군기가 우리 해역에서 중국 및 러시아 함정, 공군기들과 조우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셈이다. 

 

중국, 태평양 진출 위한 동북아 루트는 일본 열도와 대만 거쳐야 가능

 

중국이 태평양에 진출할 동북아 해양진출 루트는 2개이다. 첫째, 일본열도를 통과하는 루트로 일본 홋가이도와 러시아 사할린 사이의 소야(宗谷, 러시아명 라페루즈)해협을 통과하는 루트와 일본열도 내 쓰가루(津輕) 해협-북태평양 진출 루트이다. 이 루트는 미국에 이르는 최단 거리로 중·러 연합함대는 2021년 10월 이 루트를 통해 일본열도를 일주하고 동중국해로 남진한 바 있다. 

 

현재까지 중·러 연합함대는 이 루트를 통해 하와이나 미국 본토를 위협할 정도의 활동은 보이지 않았지만, 중국의 해군력이 더 증강되면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유력한 루트이기도 하다. 특히 동해는 러시아 태평양함대 사령부인 블라디보스톡항이 있고 동시베리아와 접해 있어 러시아의 안보이익도 비중이 크다. 이 지역에서 중국이 러시아와 연합해 훈련하는 이유이다. 

 

둘째, 대만을 거쳐 서태평양에 진출할 수 있는 루트이다. 대만 북부와 일본이 실효 지배하는 센카쿠(尖閣, 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제도 사이에 미야코(宮古, 중국명 궁구)해협을 통과하는 루트와 대만 남부와 필리핀 북부 사이에 파시(巴市, Bashi) 해협을 통과하는 루트이다. 현재 중국은 핵잠수함 등이 미야코 해협을 통과할 때 일본 초계기에 노출돼 대부분 추적되고 있다고 한다. 

 

필리핀은 지난 4월 미국과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에 따라 파시 해협을 감시할 수 있는 자국 북부 지역의 기지 3곳을 포함해 4개소를 미국에 사용 허가했다. 파시해협을 통과하는 중국군을 감시할 수 있는 미군의 능력이 더 강화됐다. 중국이 대만을 통일하고 대만 남북에 있는 두 개의 해협을 통제하지 않는 한 서태평양 진출은 미국과 일본의 감시와 추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동북아 중화질서 편입이 목표인 ‘일대일로’ 협력하되 경계심 유지 필요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부분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 의존이 높아진 개발도상국들이 유엔에서 중국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유엔 인권이사회는 ‘홍콩의 국가보안법’을 의제로 다루었는데 25개국이 중국 입장을 두둔했다. 지난해 9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보고서의 “중국 공안이 신장 위구르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행위를 자행했다”는 내용에 “부정확한 정보에 기초한 잘못된 결론”이라는 중국 항의 성명에 28개국이 동참했다. 

 

일대일로를 통한 중국의 전략거점 확보는 에너지 수송로 구축과 해양진출 루트 개척을 위해서이다. 아라비아해와 인도양, 남태평양 등에서는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동북아에서는 미·일 동맹에 막혀 일본열도를 통과해 태평양에 진출하거나 대만을 점령하려는 의도는 현재 제한받고 있다. 

 

그래서 태평양을 미국과 양분하겠다는 시진핑 주석의 의도는 아직 요원해 보인다. 따라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을 달성하기 위해 일대일로 참여국을 중국에 의존적인 구조로 이끄는 것도 필요하지만, 동북아 지역 국가인 한국, 일본, 대만을 중국 중심의 질서 속으로 편입시켜야 완결된다. 

 

우리가 에너지 수송관 한반도 연결이나 북극항로 개척, 그리고 서해 열차페리 사업 등으로 중국의 일대일로에 협력하거나 참여할 수 있다면 우리와 중국 양국은 경제적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이 우리의 해역을 통제하려는 의도를 간과해서는 안 되고, 중국의 일대일로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충돌하는 동북아에서 미·중 패권경쟁의 현실을 도외시해서도 안 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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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방순 프로필 ▶ ‘어느 육군장교의 중국 체험 보고서’ 저자. 前 국립인천대 비전임교수, 前 주중 한국대사관 육군무관, 前 국방정보본부 중국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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