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셀트리온, 글로벌 CDMO 패권 경쟁 선언…서정진 회장 ‘신중한 맹공’ 통할까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 글로벌 CDMO 시장 도전
"CRO‧CDO‧CMO 모든 서비스 제공...론자와 경쟁"
"바이오의약품 다 한다"…항체 의약품 공급과잉 ‘신중’
10만리터 공장 가동...수주 경쟁력 따라 10만리터 추가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글로벌 CDMO 시장은 치열하게 패권 경쟁 중이다. 4강으로 꼽히는 기업은 론자와 우시바이오로직스, 캐털런트, 삼성바이오로직스다. 이중 중국의 우시바이오로직스가 미국의 생물보안법 여파로 4강 구도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결국 3강 구도로 재편될 것인지, 후지필름다이오신스와 베링거겔하임 바이오엑설런트 같은 기업이 치고 올라올 지가 관건이다.
이런 가운데 셀트리온그룹이 17일 CDMO 기업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를 출범했다. 이날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이른바 ‘신중한 맹공’ 전략을 선보였다. CDMO와 관련된 모든 사업에 공격적으로 임하고, 기대 수익을 낼 경우 추가로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서 회장의 계획대로 실현되려면 사업의 성패는 오는 2029년 수주 대비 생산량에 달려 있다.
■ 글로벌 CDMO 사업 ‘25%’를 잡아라
18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CDMO 시장 1위는 스위스 소재 기업 론자로 25.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론자는 지난해 다국적 제약바이오 기업 ‘로슈’로부터 바이의오의약품 공장(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바카빌)을 12억달러(1조7259억원)에 인수했다. 바카빌 공장은 바이오의약품 33만리터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다. 이로써 론자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규모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다. 영업력을 늘린다면 글로벌 CDMO 시장 점유율을 30%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올해 초 덴마크의 다국적 제약바이오 기업 노보홀딩스(노보노디스크)가 165억달러(23조7385억원)을 투입해 미국 뉴저지 소재 CDMO 기업 캐털란트를 인수했다. 지난해 캐털란트는 글로벌 CDMO 시장 점유율 10.1%를 기록했다.
지난해 글로벌 CDMO 시장 점유율 9,9%를 보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내년 초 5공장 건설이 완공된다. 최근 대규모 수주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에 걸맞게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향후 제2 바이오 캠퍼스 건설로 더 크게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CDMO 시장 점유율 12.1%로 2위인 우시바이오로직스가 미국 시장 철수 가능성이 커지면서 론자·캐털란트·삼성바이오로직스의 3강 구도가 막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5·6위 기업의 추격도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해 글로벌 CDMO 시장 점유율 6위(6.8%)를 기록한 일본 소재 기업 후지필름 다이오신스는 올해 초 덴마크 바이오의약품 CDMO 공장을 지속 확장 중에 있다. 16만리터 규모가 확장돼 총 40만리터 생산규모를 갖췄다. 지난 4월 미국 내 바이오의약품 제조 시설에 12억달러(1조7259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계획대로라면 오는 2028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18만리터 규모에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이 추가로 가동하게 된다.
론자가 25.6%로 점유율 1위라면 실질적 2위는 25.2%에 해당하는 기타 기업들이다. 기술력도 갖췄으며 인건비가 저렴해 수주 단가를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생산능력만 확대하고 실적만 꾸준히 쌓는다면 글로벌 CDMO 시장 복병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인도 소재 CDMO 기업들이다. 인도는 세계의 약국으로 불릴 정도로 케미컬 의약품 제조‧생산에서 강점을 보이는 곳이다. 인도 소재 대형 제약바이오사들이 CDMO 사업을 위해 투자하고 있어 글로벌 상위 5개사를 위협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 서정진 표 ‘신중한 맹공’ 전략 통할까
CDMO기업은 통상 바이오의약품을 위탁개발생산하는 곳을 말한다. CDMO기업의 주요 사업은 △위탁생산 CMO(바이오의약품만 만들어 주는 것) △임상위탁 CRO(바이오신약 후보물질 임상시험부터 허가까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위탁연구개발 CDO(바이오신약 후보물질 임상시험 전단계까지 개발하는 것)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글로벌 CDMO기업 중 CMO·CRO·CDO를 모두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은 스위스의 론자가 거의 유일하다.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는 이 세 가지 사업을 한 번에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 2000년대 중반까지 론자 다음으로 큰 CMO 기업이었다. 이후 바이오벤처와 스타트업, 대형병원 등으로부터 CDO‧CRO 서비스 요청을 꾸준히 받아와 지난 9월부터 사업 구상을 시작했다.
서 회장은 “CDO‧CRO는 자기 제품을 개발해 생산하지 않은 기업은 못한다”면서 “제품을 개발해 허가받지 않아 봤는데 고객사에 서비스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얘기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라고 말했다.
서비스 의약품도 제한을 두지 않았다. 항체 플랫폼(단일 클론항체‧이중/삼중 항체‧ADC접합기술)과 세포/유전자 치료제(T세포치료제‧NK세포치료제‧mRNA백신 플랫폼), 고부가가치 미세분자 개량기술(ADC 페이로드 개발‧마이크로 니들 패치‧GLP-1기반 다중작용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및 다양한 양상 선행 연구(다제내성균 감염‧과민성 장질환‧아토피‧파킨슨) 등 바이오약품 거의 모든 분야를 다루겠다는 게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의 사업 계획이다.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의 영업 전략은 기존 셀트리온의 해외 법인을 활용하는 것이다. 서 회장은 “초창기 CMO 사업을 할 때 미국 뉴저지에서 직원 5명과 합숙하면서 전 세계 기업들을 다 뒤졌다”면서 “이때부터 쌓인 네트워크가 있어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의 수주 진행 속도는 빠를 것”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가 영업력을 발휘해 수주량이 늘어나게 되면 그만큼의 생산시설을 갖춰야 된다. 서 회장은 우선 8000억원을 투입해 10만리터 규모의 공장을 국내에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는 경쟁사 대비 3분의 2 수준의 증설 비용이며 무엇보다도 셀트리온그룹의 노하우를 활용해 공사 및 허가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것이다. 이 공장은 내년 착공을 시작해 완공되는대로 셀트리온의 물량을 생산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1조원 규모의 매출과 영업이익율 30% 발생하는 게 10만리터 규모 공장이다. 이를 달성하면 10만리터의 공장을 추가적으로 건설하겠다는 게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의 계획이다. 예상 달성 시기는 2030년이다. 계획대로라면 총 20만 리터의 공장은 국내에 건설되고 추가적으로 10만리터 공장은 외국에 들어서게 된다.
특히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는 특화된 생산 플랫폼을 만드는데도 역점을 두고 있다. 전 세계 대형병원 옆에 컨테이너를 활용해 작은 공장을 짓고 cGMP(미국의 의약품 품질 및 관리기준)를 획득해 가동하겠다는 것이다. 세포 유전자치료제가 환자 맞춤형 다품종소량생산의 고가 의약품이라 병원 가까이에 제조시설이 있는 게 단가 경쟁력에서 우의를 보일 수 있다. 다국적 제약사의 세포 유전자치료제의 경우 제조해 항공편을 통해 운송되기 때문에 비싸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가 새로운 플랫폼을 제시한 것이다.
서 회장이 가장 경계하는 시장은 항체 CDMO 분야다. 최근 항체 의약품이 전 세계적으로 많이 사용되면서 이 분야에 많은 제약바이오사들이 뛰어들었다. 때문에 공급과잉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서 회장은 “항체 의약품 CMO를 하게 되면 공급 과잉 우려에서 벗어날 수 없으나, CDO‧CRO사업을 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면서 “론자만이 가능한데 셀트리온이 CMO사업을 하면서 유기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부 수요만 보고 CMO를 위해 증설하면 리터당 1000억원 사업을 하지 못해 영업이익율이 좋을 수 없다”며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는 토탈 서비스를 할 것이며 최소한 CMO 공급 과잉은 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DMO 분야에서 최근 떠오르고 있는 인도 기업에 대한 견제책도 마련됐다. 한국에 메인 연구소를 두지만 미국과 유럽에 연구소를 확장할 계획이다. 특히 인도 내에 연구소 마련이 주요한 전략 중 하나다. 단순 반복 인력은 인도에서 채용할 계획이다.
서 회장은 “CDO‧CRO 사업을 하게 되면 R&D 전문가 인력 500명을 확보해야 되는데 한국과 미국, 유럽, 인도 같은 곳에서 수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은 올해 24조원(182억달러)에서 연평균 10.9%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오는 2029년 40조원(305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시장 내에서 3강 구도가 버티고 있으며, 5‧6위 기업이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저가 경쟁력을 앞세운 인도 기업들의 파상공세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서 회장은 신중하면서도 공격적 경영을 선언했다. 시장에서 얼만큼 반향을 일으킬지에 대해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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