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a Job (6)] 사람인 조사 : 인사담당자 75,9% "기업의 현금 복지가 출산율 높여"...이중근 회장이 맞았네
박진영 기자 입력 : 2025.03.21 06:34 ㅣ 수정 : 2025.03.21 11:11
뉴스투데이-사람인, '2025년 직원 연봉' 설문 조사 실시 인사담당자 1061명중 75.9%, 기업 현금 복지 '매우효과‧효과' 응답 부영그룹, 현금 복지 실시 후 1년새 출산율 21.7%P 향상 정부 주도로 중소기업에 현금 복지 강화해야 출산율 상승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 기술의 발달과 국내외의 산업 환경 변화 등의 영향으로 채용 시장 트렌드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대표적 HR 테크기업들과 협력해 국내 주요기업 인사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실시, 생생한 채용정보 변화를 포착해 분석하는 'Data Job'을 연중기획으로 보도한다. <편집자 주>
우리나라 출산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최근 일부 대기업이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시행한 현금 복지 정책이 상당한 실효성을 거두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러스트=미드저니 / Made by A.I]
[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우리나라 출산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최하위권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시도되고 있다. 특히, 부영과 같은 일부 대기업이 출산을 제고하기 위한 현금 복지를 강화해 주목된다.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은 이 같은 노력이 출산율을 향상하는데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투데이가 HR 기업 사람인에 의뢰해 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 7일간 사람인 기업 회원(인사담당자) 106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이 설문은 '2025년 직원 연봉'을 주제로 온라인 설문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4.53%이다.
이번 조사에서 인사담당자 10명 중 7명은 현금 복지가 출산율을 올리는데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인이 "출산 시 현금 복지가 출산율 향상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까"라고 물어보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36.4%인 386명이 '매우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는 응답은 39.5%에 달했다.
지난 해부터 '출산장려금 1억원' 제도를 도입한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의 판단이 적중한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11.5%,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본다'는 9.4%,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본다'는 3.2%로 집계됐다.
기업의 현금 복지가 출산율 향상에 미치는 영향 [자료=사람인 / 그래프=박진영 기자]
■ 부영그룹, 자녀 1명 당 1억원 지급…2024년 시행 후 1년 새 출산율 20% 이상 상승
실제로 기업에서 출산 시 거액의 현금 복지를 제공하면 어느 정도 출산율을 올릴 수 있을까. 출산장려금 지원 정책의 선두주자라고 알려진 부영그룹의 경우 1년 사이 평균 출산율이 21.7%P 올라가는 효과가 있었다고 최근 발표했다.
부영그룹은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23명의 직원이 출산했는데, 지난해 출산 장려금 정책을 시행한 이후 한 해 동안 28명이 태어났다고 밝혔다. 또, 출산 장려금 지원 이후 경력직 지원자 수가 5배 이상 증가했다.
한편, 지난해 2월부터 부영그룹은 2021년 이후에 태어난 직원의 자녀에게 1억원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출산 장려금 지원액은 지난 1월 기준으로 총 98억원에 달한다.
현금 복지가 출산율 향상에 기여한다는 사실은 기업 한 곳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효과가 아니라 사회 전체에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지난해 11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저출산 대응을 위한 복지재정 과제' 연구보고서에서 지난 2023년 OECD 국가들의 출산율 통계 자료를 근거로 들어 "현금성 지원이 많을수록 합계 출산율이 올라간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OECD 회원국 중 가족정책 지출 비중이 3% 이상인 아이슬란드, 프랑스, 스웨덴 등 회원국은 평균 합계 출산율이 1.6명으로 높게 나타났다. 지출 비중이 1.7%에서 2% 구간에 있는 핀란드, 영국의 출산율은 1.57명, 지출 비중 1.6%대인 국가의 출산율은 1.45명으로 집계됐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해 6월 '출산 관련 지표 국제비교와 가족정책 지출의 효과성 분석' 보고서에서 현금성 가족정책 지출이 GDP 대비 1%P 증가하면 출산율은 0.064명 오른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지난 2023년 기준 0.72명으로 2022년 기준 OECD 평균인 1.51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OECD 38개 회원국 중 유일하게 1명 미만의 출산율을 보였다.
OECD 회원국 합계 출산율 순위 [자료=OECD / 그래프=박진영 기자]
■ 출산율 향상 위한 모두의 노력 중요…정부=중견‧중소기업에 현금 복지 지원 강화 / 대기업=출산 장려책 확대‧유지 / 중소기업= 자발적인 현금 복지 지원 운동
우리나라 기업들이 출생률 향상을 위한 현금 복지 정책을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현금을 지원하는 만큼 출산율이 올라간다는 효과를 몸소 체험하면서도 우리나라 전체에 이 제도를 확산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의 경우 아이를 출산한 직원에 현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여력이 있지만,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이 이를 따라 하기에는 자본적인 어려움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앞장서서 중견‧중소기업의 출산율 장려책을 마련하고 대폭적인 지원을 강화해야 하지만, 지원의 규모가 미미한 수준이다.
OECD가 지난 202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족정책 지출액 비중은 1.6%로, OECD 38개 회원국 중 33위에 속한다. 가족정책 지출 형태를 살펴보면, 현금성 지원 비중은 0.30%로 OECD 평균(0.82%)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현금성 지원 중 출산·육아 지원에 사용된 재정은 명목 GDP의 0.06%에 불과했다.
OECD 자료를 통해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로 중견‧중소기업에 현금 복지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기업의 변화도 필요하다. 대기업들은 단기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출산 장려 정책을 펼쳐야 하며, 중소기업들은 근로자들이 대기업 직원에 비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현금 복지 규모를 확대하는 자발적인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