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255)] 대대장의 유종지미(有終之美)는 눈물의 초등학교 졸업식(상)

김희철 칼럼니스트 입력 : 2025.03.24 15:58 ㅣ 수정 : 2025.03.24 15:58

‘청출어람(靑出於藍)’은 ‘쪽에서 뽑아낸 물감이 쪽보다 더 푸르다’라는 뜻
대대장 이취임식에 참석했던 청원군수, 초등학교 졸업식장에 온 것 같다며 함박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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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케익을 함께 절단하는 故 이완목 부대대장과 변종석 청원군수 모습 [사진=김희철] 

 

[뉴스투데이=김희철 컬럼니스트] ‘청출어람(靑出於藍)’은 ‘쪽에서 뽑아낸 물감이 쪽보다 더 푸르다’라는 뜻으로 제자나 후배가 스승이나 선배보다 나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로 순자(荀子)의 권학편(勸學篇)에 나온다.

 

중국 북위의 ‘이일’은 어려서 ‘공번’을 스승으로 삼아 학문을 배웠다. 그는 열심히 노력하여 후에 스승의 학문을 능가하게 되었다. 이에 ‘공번’은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도리어 그를 스승으로 삼기를 청했다. 그러자 친구들은 그의 용기를 높이 사고, 또 훌륭한 제자를 두었다는 뜻에서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고 칭찬한 것이 유래가 되었다.

 

대대장 근무 3년차에 접어들면서 집에서도 기쁜 소식이 있었다. 군생활하는 아빠를 따라다니느라 초등학교를 4번씩이나 옮겼던 큰아들 수용이가 반장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으신 어머니는 손주에게 축하 선물을 들고 한걸음에 달려오셨다. 큰놈은 이어 교내 웅변대회에서도 ‘금상’도 수상하며 반장을 한번도 못했던 필자의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을 무색하게 만들어 청출어람(靑出於藍)의 의미가 떠올라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한편 대대장 취임식부터 필자에게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존재였던 부대대장 고(故) 이완목 소령(삼사14기, 전역후 마포부근에서 오토바이 사고로 운명)이 상급부대 명에 의해 타부대로 떠났다. 그는 향토사단 근무 경험이 없던 필자를 가장 측근에서 큰 힘이 되어주었으며 필자보다 3년 군선배였다.

 

그는 이미 부대대장 부임전에 경기도 일산 부근에서 예비군 관리대대장으로 근무해 노하우가 풍부했고, 당시에 향토사단 경험도 없었지만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필자를 대신해서 현장을 발로 뛰며 예하 23명의 예비군 중대장들을 장악하여 대대의 임무수행에 지휘주목하도록 만들었다.

 

심지어 사단장의 예비군교장 사열을 앞두고는 공휴일에도 교장에 나와 현장을 직접 확인하면서 예하 예비군 중대장들도 어쩔수 없이 따라나와 교장 보수 및 정비작업을 하도록 유도하여 결국에는 큰 성과를 얻게 만드는 등의 천군만마(千軍萬馬)역할을 하여 청원대대를 빛나게 만든 예비군 업무 분야의 스승이자 고마운 선배였다.([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212)] ‘절름발이 DJ 대대장의 혹한속 취임식과 천군만마’ 참조)

 

부대대장 고(故) 이완목 소령은 순자(荀子)의 권학편(勸學篇)에 나오는 ‘공번’같은 인물이었고, 전역을 앞두고 타부대로 전출가며 더 이상 전수해줄 노하우가 없다는 말을 남겼다. 아직도 그의 쟁쟁한 목소리가 귓전에 맴돌며 고마움에 그리워진다.

 

어느덧 이렇게 33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 대대장 임기를 마치게 되었는데, 대대장 이취임식에 참석했던 청원군수는 마치 초등학교 졸업식장에 온 것 같다며 함박웃음을 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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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대대 책임지역에 위치한 청남대의 직접경계 및 경호를 담당한 338경비대장 윤원희 중령(육사36기)과 기념촬영한 보습 [사진=김희철] 

 

■ 대대장 이취임 앞두고 책임지역내의 관련 기관과 인접 부대를 고별 방문

 

사단 대표대대로 임한 사격측정에서 대대원들의 선전으로 필자마저 놀라게 만들며 최고의 성과를 올렸던 군사령부 전투지휘검열이 끝나고, 7월 초에 군을 아끼는 마음에 대대를 전폭 지원하며 재선에 성공한 변종석 청원군수의 취임식이 있었다.

 

그는 진정으로 청원군 주민들을 위해 열성을 다한 목민관이었지만, 재선후 군수재직시에 사법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다가 옥고를 치뤄 아쉬웠다. 하지만 그동안의 대대장 근무 기간에 변 군수의 애군정신 덕택에 군 예비군 교장 시범, 무기고 신축 등 많은 성과를 극대화시킨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234~235)] ‘민관군통합작전체계를 빛낸 변종석 청원군수의 애군심(愛軍心)’ 참조)

 

대대장 이취임 날짜가 점점 다가오자 책임지역 내의 인접 부대도 고별 방문했다.

 

우선 대청호를 끼고 풍관이 좋은 곳에 위치한 대통령 휴양지 청남대는 지금은 일반인에게 개방했지만 당시에는 경호실에서 엄격하게 통제하며 군부대가 경비하고 있었다.

 

청남대의 직접경계 및 경호를 담당한 338경비대장은 육사 1년 선배인 윤원희 중령(육사36기)이었다. 필자가 모처럼 방문하여 만찬을 함께했는데 식당에 설치된 TV에서 실시간 방송되는 YTN 뉴스를 처음 보아 생소했지만 현행작전을 실시간 수행하는 부대에 꼭 필요한 것임을 느꼈다.

 

또한 경호실 요원들을 포함하여 현역 대원들의 복장, 자세, 언행이 각이 있는 등 역시 대통령 경호를 담당하는 부대는 뭔가 특별하게 풍기는 인상에 더욱 믿음직스러웠다.

 

일전에 청남대 외곽경호를 지원하는 특전사 대대를 방문했을 때 야전 냄새가 풀풀나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당시에는 학군 동기인 김정례 중령(학군19기)이 대대장을 하고 있었다. 마침 그날이 대대장 생일이라 간부식당으로 안내받았는데 대원들이 대청호에 잠수해서 잡아온 쏘가리회가 식탁 위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모습에 놀랐던 기억도 새로웠다.(다음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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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 프로필▶ 방위산업공제조합 부이사장(현),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2024년), 군인공제회 부이사장(~2017년), 청와대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 육군대학 교수부장(2009년 준장)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2000년),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2016년), 제복은 영원한 애국이다(오색필통,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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