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Pick] 지옥과 천당 오가는 한화에어로 주가…어디로 튈까 '전전긍긍'
주가 13% 폭락 후 하루 만에 7%대 반등
외국인 '사자'·기관 '팔자'…수급 방향 엇갈려
미래 성장 투자 공감대, 주가 희비 가를 듯

[뉴스투데이=염보라 기자]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가 갈피를 못 잡고 출렁이고 있다.
공시 여파로 13% 폭락하더니 하루 만에 7% 넘게 반등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연이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사들였지만, 기관과 개인은 팔아치웠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선택한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는 통상 악재로 읽히지만, 자금의 용도가 '미래 성장성 확충'인지를 두고 해석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 통상 악재로 작용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4일 코스피시장에서 전장 대비 4만5000원(7.17%) 오른 67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0일 장 마감 이후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했으며, 그 영향으로 21일에는 주가가 9만4000원(13.02%) 빠졌다. 기존 투자자들은 이틀새 지옥과 천당을 오간 셈이다.
투자 주체별로 보면 외국인이 이틀간 2337억원어치를 순매수한 반면, 기관은 181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큰손' 투자자들마저 투자 시각이 엇갈렸다는 의미다. 개인은 실망 매물을 쏟아내며 504억원어치 매도 우위를 보였다.
유상증자는 기업이 주식을 새로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은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회사로부터 돈을 빌리거나 채권을 발행하기도 하는데, 유상증자는 '차입 부담'이 없다는 점에서 더 선호되는 편이다.
다만 기존 주주들의 입장은 다르다. 주식을 새로 발행한다는 건 그만큼 주식 수가 늘어나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가 희석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선택한 '주주배정' 방식은 투자자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기준주가 대비 20~30% 할인된 가격으로 가격을 제시하는데, 이는 '낮은 가격에 신주가 발행된다'는 우려로 작용해 통상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3조6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보통주 595만500주를 주당 60만5000원에 모집하기로 했다. 증권가는 이에 따른 기존 주주의 희석률을 약 13%로 추산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겸 한양대 겸임교수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유상증자가) 장기적으로는 의미가 있다고 하더라도 (주가는) 당장 일시적으로 조정을 거치게 된다"며 "주가만 보면 (유상증자는) 악재"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사상 최대' 규모의 유상증자라는 점에서 기존 주주들에게 더 부담이 됐다는 평가다.
김한진 삼프로TV 이코노미스트는 <뉴스투데이>에 "주식시장은 성장을 위한 자금 조달 창구이기 때문에 건전한 성장 잠재력이 뒷받침된 유상증자는 일시적으로 부담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호재일 수 있다"면서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사례처럼 대규모 유상증자는 (투자한 것이) 수익으로 돌아와 주주 보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조금은 요원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물론 모든 유상증자가 악재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는 특별히 악재로 해석되진 않는다. 신주상장일로부터 보호예수 1년이 의무적으로 체결되는 데다, 기준주가 대비 할인율도 최대 10%로 엄격하게 제한되기 때문이다.
김한진 이코노미스트는 "제3 배정 유상증자도 기존 주주가 보유한 지분가치를 희석하는 것은 맞지만, 시장에 물량이 직접적으로 나오는 건 아니라 크게 악재로 분류되진 않는 분위기"라고 짚었다.
여기에 기업의 성장성까지 높게 평가 받는다면 유상증자는 오히려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인식된다.
일례로 혁신 신약 개발 기업인 큐리언트는 지난 14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최대주주인 동구바이오제약을 대상으로 8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고, 당일 주가는 7.85% 상승했다.
우주 발사체 기업 이노스페이스는 지난 14일 약 29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한 영향으로 3거래일간 오름세를 이어갔다.

■ '미래 성장성 확충' 공감대 필요
단순히 유상증자 방식만으로 주가 희비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증시 전문가들은 기존 주주들과의 '공감대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짚었다. 주주의 입장에서 유상증자의 필요성이 납득된다면, 애당초 '실망매물'을 쏟아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직전 국내 최대 규모(2022년 3조2000억원) 유증 사례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관련 공시를 낸 1월 28일 주가가 3.79% 상승한 데 이어 다음날인 29일 4.47% 추가로 올랐다. 자금 사용처를 명확히 하고 주주들의 이해를 구한 점이 오히려 호재로 작용한 사례다.
염승환 LS증권 리테일사업부 이사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미리 기업설명회(IR)를 해서 주주들에게 이해를 구한다면 (유상증자가) 무조건 악재는 아니다"라며 "주주가 봐도 성장 가능성이 있는 사업, 투자만 잘하면 미래 이익으로 돌아올 것 같은 유상증자는 투자자들도 용납을 해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도 <뉴스투데이>에 "일반적으로는 주식 발행 수가 늘어나면 주당순이익이 감소하면서 주가가 떨어지는 악영향이 있지만, 상당히 기대할 만한 신인도가 있는 기업이고, 투자가 체계적으로 기업가치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시장이 판단하면 주가는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공감대 형성'에 실패한 사례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평가다.
염승환 이사는 "(지난달 11일) 컨퍼런스콜에서만 해도 (한화오션의 지분 취득을 위한) 별도의 자금 조달은 필요 없는 상황이라고 했는데, 기습적으로 (유상증자 공시를) 했다"며 "주주들 입장에선 뒷통수를 맞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3일 현금 1조3000억원을 들여 한화에너지·한화임팩트가 보유한 한화오션 보통주 7.3%를 매입했다. 그 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오션 지분율을 연결 기준 42.0%로 끌어올렸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의 방산 부문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졌다.
염 이사는 "게다가 굳이 지금 왜 한화오션 지분을 인수하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시장의 의구심이 있다"면서 "대주주를 위해 (한화오션) 지분을 인수하고, 그래서 돈이 없으니 소액주주들에게 돈을 빌린다는 식으로 해석돼 괘씸죄가 적용됐다"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매년 현금흐름이 최소 1조3000억원씩 나오는 회사가 3조6000억원을 유상증자 해서 3년간 나눠쓴다고 하니까 (투자자들이) 납득을 못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금 사용처가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증권가의 평가도 잇따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증권신고서에서 △해외 방산 생산능력 구축(1조원) △해외 방산 합작법인(JV) 투자(6000억원) 등 투자처를 밝혔는데, 이를 두고 삼성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은 "구체적인 투자 내용 업데이트가 필요하다"며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내렸다.
반대로 이는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라는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유상증자가 주가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증자 이후 회사의 제품 및 지역 다변화 전략과 여전히 강한 육상 시스템 수주 전망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자금 조달은 매력적인 매수 기회로 볼 수 있다"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목표주가를 70만원에서 82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번 유상증자를 호재로 보고 저가 매수 전략을 권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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