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 뷰] 기업은행, ‘짬짜미 부당대출’로 드러난 민낯...신뢰도 타격 불가피

유한일 기자 입력 : 2025.03.27 08:28 ㅣ 수정 : 2025.03.27 08:28

전·현직 임직원 공모로 부당대출 일으켜
접대·금품 받고 사건 축소·은폐 시도까지
내부통제·윤리의식 총체적 문제점 확인
국책은행 신뢰도 타격..고강도 쇄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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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에 위치한 IBK기업은행 본점 전경. [사진=IBK기업은행]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금융위원회 산하 국책인은행인 IBK기업은행서 발생한 880억원대 부당대출 사태는 부실한 내부통제와 윤리의식 부재의 단면을 보여준다. 전·현직 임직원들이 조직적으로 부당대출을 일으킨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 한 것도 모자라 금융당국 검사 방해 및 사건 은폐·축소가 의심되는 행위도 포착됐다. 

 

이번 부당대출 여파로 기업은행 신뢰도 역시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사상 첫 내부 출신 최고경영자(CEO) 체제로 형성된 긍정적 분위기에도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은 재발방지 및 쇄신 대책을 내놓았는데, 사태 수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 전·현직 임직원 ‘짬짜미’에 놀아났다...검사 시작되자 파일·메신저 삭제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기업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검사 결과 확인된 부당대출은 총 58건, 882억원 규모다. 특히 이 중 785억원(51건)은 기업은행 퇴직 직원 A씨와 현직에 있는 그의 배우자를 비롯해 입행 동기, 사모임 구성원 등 총 28명이 연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같은 부당대출은 2017년 6월부터 2024년 7월까지 7년 넘는 기간 동안 이뤄졌다. 

 

이번 기업은행 부당대출 사태의 중심에는 부실한 내부통제와 임직원 윤리의식 부재가 자리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기업은행서 약 14년간 근무 후 퇴직한 A씨는 대출 관련 증빙, 자기자금 부담 여력 등을 허위로 작성한 뒤 기업은행에 대출을 신청했다. 대출 실행에 관여하는 심사역 등 현직 기업은행 임직원은 이를 공모·묵인했다.

 

또 A씨는 다수 기업은행 임직원에게 국·내외서 골프 접대를 제공하고, 일부 임직원의 배우자를 본인 회사 직원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골프 접대를 받은 인원은 부당대출 관련 임직원 등 총 23명에 달한다. 아울러 부당대출 관련자 8명은 총 15억7000만원 규모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기업은행의 사후 대처도 도마에 올랐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9~10월 진행한 자체조사서 부당대출을 인지했지만 금감원 보고가 즉각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말 금감원 보고 때는 사고 발견 경위를 허위로 기재하고 몇몇 내용도 누락했다. 올 1월 금감원 검사 기간 중에는 부서장 지시 등에 따라 총 271개의 파일과 사내 메신저 기록을 삭제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대해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검사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게 중요한데 이를 원천적으로 방해하거나 자료를 삭제하면 심각한 법 위반으로 보고 있다”며 “검사 과정에서 당사자 뿐 아니라 은행 차원의 은폐 시도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다툼의 소지가 있지만 기록 삭제 시도에 대해 엄중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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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이 26일 서울 중구 본점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부당대출 사태 관련 사과문 및 쇄신 계획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IBK기업은행]

 


■ 국책은행의 배신...고개 숙인 김성태 기업은장, 책임론 대두되나


 

이번 부당대출 사태로 기업은행에 대한 신뢰도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기업은행이 중소기업 금융 지원 강화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국책은행이라는 점도 이번 부당대출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보다 엄격하게 요구되는 내부통제와 윤리의식에 사실상 거대한 하자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 국책은행의 관계자는 “금융사고 절대적 규모는 취급 여신 종류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단순화해 볼 수 없지만, 부당대출 과정을 봤을 때 ‘이게 가능한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출 취급 과정 곳곳에서 작정하고 장부를 조작해 줬다면 (은행 본부를) 속일 수는 있을 거 같은데, 이 같은 행위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현 경영진의 책임론도 제기된다. 기업은행 전·현직 직원들이 연루된 부당대출은 지난해 7월까지 이어졌는데, 지난 2023년 1월 취임한 김성태 기업은행장의 임기 중과 맞물린다. 1989년 기업은행에 입행한 김 행장은 기업은행 창립 후 첫 내부 출신 최고경영자(CEO)로 조직의 신임을 한몸에 받으며 취임했다. 

 

대규모 금융사고 발생 시 관리 책임이 있는 최고경영자(CEO)까지 제재할 수 있는 책무구조도가 올 1월부터 본격 시행된 만큼 기업은행의 긴장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일단 금감원은 확인된 부당대출 시점이 지난해까지인 만큼 소급 적용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은행에 대한 제재 수준이나 범위는 검사 결과가 확정된 후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금감원 검사 발표 후 “이번 일로 실망했을 고객님과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이고 고강도 쇄신 계획을 내놨다. 이번 부당대출 사태는 내부통제 부실과 시스템 취약점, 불합리한 조직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재발방지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게 기업은행 설명이다. 

 

기업은행은 임직원 친인척 데이터베이스(DB) 등록으로 이해상충을 차단하고, 대출 담당 직원과 심사역에 ‘부당대출 방지 확인서’도 받기로 했다. 또 외부에 독립적인 신고채널을 신설하며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감사 자문단’도 꾸린다. 아울러 쇄신책 이행의 지속성을 위해 ‘IBK쇄신위원회’도 구성·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김 행장은 “아무리 좋은 제도와 시스템이 있어도, 우리 스스로가 변화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쇄신은 성공하기 어렵다”며 “임직원 모두가 ‘곪은 곳을 송두리째 도려내어 완전히 새롭게 거듭난다’는 환부작신(換腐作新)의 자세로 업무에 임하고 재발방지 및 철저한 쇄신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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