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용 기자 입력 : 2025.04.08 11:17 ㅣ 수정 : 2025.04.08 11:17
KDI, 4월 미국 관세 인상에 ‘경기 하방 압력 확대’ 경고 수출 일부 회복했으나 소비, 건설투자 둔화로 경기 부진
부산항 부두에 쌓여 있는 컨테이너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이금용 기자]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미국의 관세 인상과 무역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최근 경제 상황을 두고 “대외 여건이 급격히 악화되며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KDI가 7일 발표한 4월호 경제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등 일부 수출 품목에서 회복 흐름이 감지되지만, 민간소비와 건설투자의 둔화가 지속되면서 국내 경기는 부진한 국면에 머물러 있다. 특히 4월 들어 미국의 관세 인상이 본격화됨에 따라 수출 여건이 더욱 악화돼 향후 방향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2월 전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하며 감소폭이 둔화됐지만 여전히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광공업생산은 반도체(11.6%), 자동차(14.6%) 등의 기여로 일부 회복세를 보였으나, 건설업생산은 전월 대비 21% 감소하며 큰 하락세를 보였다. 서비스업 생산지수는 도소매와 금융보험을 중심으로 전년 대비 소폭 상승했다.
3월 총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3.1% 증가, 일평균 수출 기준 5.5% 오르면서 올해 초의 저조했던 흐름을 일부 만회했다. 자동차(-6.4%), 일반기계(-7.5%) 등 전통 제조업 수출은 감소했지만 다행히 반도체(21.2%)와 컴퓨터(74.8%) 등이 수출에서 호조세를 보였다.
다만 그간 높은 증가세를 보였던 ICT(정보통신기술) 수출액이 조정되며 수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전체 수출 증가율은 2024년 3분기 38.5%, 4분기 27.5%, 올해 1분기 6.1%로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둔화되는 추세였으나 올해 들어 큰 폭으로 하락했다.
3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3.4로 지난해 12월에 비해 올랐으나 기준치(100)를 하회했다. 이는 소비자들의 향후 경기 인식이 여전히 부정적인 상태임을 나타낸다.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로 승용차 판매가 반등했지만 전체 상품 소비는 부진했으며 서비스소비 또한 숙박·음식점업을 중심으로 미약한 흐름이 지속됐다.
2월 설비투자는 정밀기기(21.1%)와 반도체 제조장비(11.4%) 등 반도체를 중심으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다만, 관세 인상 등 수출 여건 악화에 따라 향후 제약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건설기성(건설투자)은 건축(-23.9%), 토목(-11.1%) 부문 모두에서 극심한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건설수주가 12개월 누적 기준 14% 가량 증가한 만큼 건설투자 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수주에서 건축까지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근시일 내 빠르게 회복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2월 취업자 수는 전월과 비슷한 13만6000명을 기록했다. 정부 주도로 보건·사회복지 분야 취업자가 늘어나면서 서비스업 고용은 회복세를 보였다. 반면 제조업과 건설업에서는 고용이 큰 폭으로 감소하며 전체 취업자 수 증가세는 완만한 수준에서 그치고, 산업별 고용 격차가 확대됐다.
3월 소비자물가는 전월과 유사한 2.1% 상승률을 기록했다. 대학교 등록금이 인상하며 공공서비스가격이 전월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인 데 반해 석유류는 국제유가 하락과 기저효과로 상승폭이 둔화됐다. 다만 높은 환율 상승세와 관세가 지속될 경우 향후 전반적인 소비자물가가 인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KDI 관계자는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조정되고 국제 통상 여건이 악화되면서 수출기업 심리가 위축되고 내수기업 심리도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며 “4월 들어 기업심리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