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 뷰] 항공업계, 환율 급등 따른 운영비 부담에 '빨간불'

최현제 기자 입력 : 2025.04.13 07:00 ㅣ 수정 : 2025.04.13 07:00

원·달러 환율 1450.20원... 원·엔 재정환율 1007.33
LCC 업계, 수익은 원화·지출은 달러로 결제
대형항공사 환헤지 전략 펼쳐...LCC는 쉽지 않아
엔화 강세 여파에 대체 여행지 발굴 등 대책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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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아시아나 항공기 [사진 =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최현제 기자] 원·달러 환율과  원·엔 재정환율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펼치는 '관세 전쟁' 영향으로 가파르게 오르면서 항공업계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 

 

환율 급등으로 특히 항공사 재무 부담이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보여주듯  지난 11일  오후 5시 현재 원·달러 환율은 1437.40원,  원·엔 재정환율은 1005.07원으로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항공업계가 이처럼 환율 급등에 타격을 입는 것은 달러화로 운용비 대부분을 결제하기 때문이다.  즉 항공사는 △항공기 리스료 △항공유 △정비 부품  구입에 따른 운영비를 달러로 지불한다. 이에 따라 환율이 급등하면 이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져 회사 수익성에 타격을 줄 수 밖에 없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대한항공과 같은 대형항공사는 환율이 100원 오를 때 약 6300억 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다른 항공사는 환율 손익 구조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대한항공과 유사한 재무 부담을 느낄 것으로 점쳐진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는 이 같은 환율 상승에 더욱 민감하다. LCC는 수익 대부분을 국내 노선 중심이라는 점에서 원화로 벌어들이지만 항공기 리스료나 유류비, 정비비 등 주요 지출은 달러로 나간다. 

 

이처럼 수익은 원화, 지출은 달러라는 구조에서 LCC는 환율이 조금만 올라가도 원화 대비 실질 비용이 급증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국제유가 급등도 항공업계에 타격을 주는 대목이다.

 

5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배럴당 60.82달러로 마감해 전일 대비 1.17% 상승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관세는 총 145%로 올리면서 중국을 뺀 다른 국가에 국가별 상호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고 10% 기본 관세만 부과하겠다고 전격 발표해 국제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들어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 유가 상승에 환율 상승까지 겹쳐 항공사 재정 부담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라며 "특히 LCC는 원화 수익 구조에 비해 달러 지출이 많아 환차손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라고 설명했다.

 

■ 달러 지출 많은 항공사, 환율 상승에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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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항공사 [사진 = 뉴스투데이 편집]

 

항공사가 환율 급등에 특히 취약한 대표적인 예가 항공기 리스료다.

 

대다수 항공사는 항공기를 구매하지 않고 장기 임차(리스)하는 방식을 택한다. 이에 따른 비용은 달러로 지불한다.

 

여기에 항공유 역시 국제 시장에서 달러 기준으로 거래된다. 국제 유가가 하락해도 환율이 오르면 원화로 환산된 유류비는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항공기 정비에 필요한 부품이나 기내 서비스 물품도 대부분 해외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물류비와 수입 단가도 덩달아 올라간다.

 

이에 따라 항공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리오프닝(운항 재개)으로 항공 수요가 늘어나 한때 함박웃음을 지었지만 환율에 따른 고정비용 증가와 국제 유가 급등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항공업계는 환차손을 줄이기 위해 일부 외화 자산을 보유하거나 환율 변동에 대비한 헤지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자금 여유가 있는 대형항공사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저비용항공사는 구조적으로 이를 감당하기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보다 환율이 더 무섭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라며 “최근처럼 원·달러 환율과 원·엔 재정환율이 급등하면 실적 타격은 불을 보듯 뻔하다”라고 털어놨다.

 

환율 급등은 또한 항공사 간 체력 차이를 더 크게 벌릴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같은 대형항공사(FSC)는 국제선이 많아 환율 상승에 따른 부담이 적지 않지만 선물환, 통화 스왑 등 파생상품과 외화 자산·부채 매칭 등을 통해 환차손을 줄이는 헤지전략을 펼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LCC는 FSC처럼 환헤지 전략이 두드러지 않은 데다 항공기 리스 계약은 물론  항공유, 정비부품까지 달러로 지불해 타격이 더 큰 편"이라고 덧붙였다.

 

■ 엔화 강세로 일본 수요 위축…노선 전략 수정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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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지폐와 동전 [사진 = 연합뉴스]

 

달러화 급등에 이어 엔화 강세마저 이어져 일본 여행 수요가 줄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은 노선 전략을 다시 짜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원·엔 재정환율은 올해 초만 해도 900원대 초반을 유지했지만 지난 8일 1018원을 넘기며 100원 가까이 급등한 데 이어 10일에는 1000.51로 더 올랐다.

 

이처럼 엔화 환율이 올라 일본 여행 수요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특히  LCC는 일본 노선 비중이 큰 편이어서 환율이 미치는 영향이 클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여전히 인기 있는 여행지이긴 하지만 환율이 크게 오르면 일본으로 가려는 관광객이 줄어들 것"이라며 "이에 따라 일본 노선에 집중된 노선 전략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은 일본 대신 중국, 동남아, 제주 등 대체 가능한 노선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노선 회복세가 뚜렷하고 제주도는 내수 수요가 견조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LCC업계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 변동성이 커진 지금 상황에서는 항공 노선 다변화가 필수”라며 “일본 등 특정 국가에 의존하는 전략은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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