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 뷰] 은행권 채용문 열렸지만...인력·비용 효율화에 냉기류 이어지나
올 상반기, 전년 수준 유지 전망
2년 전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
인력·비용 효율화에 보수적 기조
‘신의 직장’ 입행 경쟁 치열할 듯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은행권이 올해 상반기 신입 행원 채용을 개시한 가운데 규모는 전년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순이익으로 곳간을 채웠지만 영업점 축소 및 비용 효율화 등의 경영 현안이 적극적인 채용 확대를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우상향하는 연봉만큼 취업준비생들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은행 채용 구멍이 점점 좁아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올 상반기 신입 공개채용 규모를 각각 150명, 190명으로 확정했다. 전년과 비교해 하나은행은 같고 우리은행은 10명 증가한 수준이다. IBK기업은행은 올 상반기 전년 대비 20명 늘어난 170명의 신입 행원을 뽑기로 했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채용서 올 상반기 필요 인력까지 미리 뽑아놓은 상태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아직 올 상반기 신입 공채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국민·신한은행이 각 100명씩 채용한 바 있다. 올 상반기 은행권이 대체로 전년보다 소폭 늘어난 규모의 공채를 실시하는 걸 고려했을 때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서만 약 540명 이상의 신입 행원이 수혈될 전망이다. 기업은행까지 더하면 700명대로 확대된다.
다만 2년 전과 비교해보면 은행권의 올 상반기 채용 규모는 눈에 띄게 줄었다.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은 지난 2023년 상반기 공채서만 각 250명씩 총 1000명을 뽑았다. 올 상반기는 이보다 절반 수준에 그치는 셈이다. 기업은행은 2023년 상반기 170명을 채용하고 지난해 상반기 150명으로 줄인 뒤 올해 다시 170명으로 늘렸다.
표면적으로 보면 은행권의 채용 여력은 그 어느 때보다 갖춰진 상태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3.1% 증가한 15조698억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또 지난해 연말과 올 연초 이들 은행서만 2300여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다. 구조상 신입 행원들의 임금이 희망퇴직 대상자들보다 크게 낮다는 걸 고려했을 때 재무적 부담도 덜하다는 평가다.
다만 은행권은 최근 금융 환경 변화를 고려했을 때 무작정 채용 규모를 늘리긴 어렵다고 항변한다. 일단 모바일·인터넷을 통한 금융 거래 활성화로 은행원이 배치될 영업점 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게 걸림돌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국내 영업점 수는 지난 2022년 9월 말 4010개에서 2023년 9월 말 3931개로 줄어든 뒤 지난해 9월 말에는 3895개까지 축소됐다.
은행권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지만 연내 채용 규모가 반등할 지는 미지수다. 영업점 축소와 희망퇴직 확대 등 비용·인력 효율화 작업이 여전히 진행 중인 데다, 디지털·인공지능(AI) 신사업 전담 인력 확보 등 고려사항도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본격적인 금리 하락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경우 채용이 위축될 우려도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보면 신입 공채 뿐 아니라 각 분야 경력직 수시공채도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사람을 줄여가면서 채용을 축소하는 건 아니”라면서 “요즘에는 한 영업점에 예전같이 많은 은행원이 앉아 있질 않고, 이마저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신규 인력을 채용할 때는 영업 환경과 생산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권의 보수적 채용 기조로 취준생들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금리 상승기 막대한 이익 성장을 이룬 은행은 가파른 급여 증가에 따라 채용 시장서 ‘신의 직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임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1368만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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